ADVERTISEMENT

한가위 '달빛 사모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달에 묻어나오는 추억을 더듬으며 우리가 간직해야할 것을 다시 새겨보고 자연속에서 우리의 삶을 돌이켜 보는 것은 추석의 또다른 가치다.

달은 흐릿하면 흐릿한대로 휘영청하면 휘영청한대로 각기 멋이 있다.

구름 사이로 언듯 드러나는 달이나 구름이 걷힌 후 비내린 대지를 비추는 달은 더욱 운치가 있다.

이런 달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장소는 어디일까. 전국을 두루 여행한 사진작가와 산악인, 그리고 아마추어 천문학자가 간직하고 있는 경험을 들어본다.

◇ 한국 사진작가협회 이병윤 회장 = 바닷가나 산정상 등 사방이 툭 트인 곳에서 바라보는 달은 유달리 아름답다.

시골마을에서 바라보는 달도 운치가 있다.

지리산 종주를 하면서 뱀사골과 천왕봉 사이를 밤중에 지난 적이 있다.

거기서 바라본 보름달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산중의 맑은 공기를 가르며 찬란히 빛나는 달빛은 속세에서 바라보는 것과 확연히 달랐다.

바닷가에서 달이 특히 아름답게 보이는 곳으로는 동해안 추암이 있다.

추암은 강원도 동해시와 삼척 사이의 바닷가에 있는 해변 바위다.

이 바위 사이로 솟아나는 해를 찍으려고 밤을 지샌 적이 있다.

그때 보름달이 휘영청 솟아 바다에 달이 하나 더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달빛에 의해 바닷가는 온통 훤하고 여기에 탁 트인 바닷가를 달빛이 쓰다듬는 광경이 더해져 최고의 아름다움을 연출했다.

경남 남해군의 보리암에서 바라보는 달도 멋들어졌다.

바닷가 봉우리에 자리잡은 이 암자는 사방이 트인데다 주변 경관도 훌륭하다.

달빛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주변의 경관이나 애틋한 마음과 함께 할 때 아름다움이 더해진다.

희미한 달빛으로 바라본 주변 경치의 아름다움은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마음에 담아 두고두고 아름다운 기억에 몸살을 앓을 수 밖에. 강릉 경포대의 달은 이전부터 '하늘에 하나, 경포대 앞바다에 하나, 경호에 하나, 술잔에 하나, 님의 눈에 두개' 라는 말로 여섯개의 달이 보이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강화도에서 바라보는 달도 좋다.

가파른 산이 바다 가까이 있어 달구경에 좋은 장소가 여럿 있다.

서울에 가까운 곳으로 경기도 소요산이 괜찮다.

철원평야도 무척 아름다운 달을 볼 수있는 장소이며 양평의 용문산도 추천할 만하다.

◇ 대한산악연맹 김우선 사무국장 = 서울에서는 북한산 백운대에서 바라보는 달이 최고다.

실향민들은 날씨가 맑은 날 백운대에 올라 개성 송악산을 보고 밤에는 고향 쪽을 바라보며 달맞이를 하곤 한다.

전문산악인들은 인수봉을 야바위 (야간 바위타기) 한 다음 정상에서 달을 보고 하산한다.

경주 남산의 달도 멋지다.

정일근시인이 주축이 되어 보름때만 등반하는 '늑대산악회' 가 조직되어 있을 정도다.

남산의 수많은 불상들이 달빛에 어우려져 있는 모습은 말 그대로 선경이다.

또 이때 달을 보며 다도 (茶道) 행사를 곁들이기도 하는데 그야말로 최고의 달맞이다.

그리고 광주 무등산과 대구 팔공산 갓바위에서 바라보는 달도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 천문우주기획 이태형 대표 (아마추어 천문가) =김해평야.김포평야.호남평야등 평야지대나 평야가 내려다 보이는 산에서 보는 달이 특히 크고 아름답다.

부산 해운대의 달맞이 고개는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산중턱인데 아주 좋은 달을 볼 수 있다.

동해안과 변산반도도 마찬가지다.

주변이 비교적 트인 서울 근교 광혜원이나 광릉 등에서도 아름다운 달을 만날 수 있다.

94년 광혜원에서 하늘의 3분의 1을 덮은 기막힌 달무리를 목격하고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그렇게 큰 달무리는 문헌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천문대가 자리잡은 소백산 지역도 추천할 만하다.

과학적으로 따지면 달이 지평선이나 수평선 근처에 있을 때, 즉 뜨고 질 때는 두터운 대기층에 의해 돋보기를 통해 보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 특히 크고 선명하게 보인다.

또 약간 흐린 날이 대기가 안정돼 있어 달보기에 좋다.

올 추석에는 금세기 국내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개기월식이 일어난다.

17일 오전1시11분~6시22분사이에 진행되며 그중 오전 3시15분~4시18분 사이는 달이 완전히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일기예보에 따르면 상당수 지역에서 구름 때문에 달을 오래 보기 힘들 것 같아 아쉽다.

참고로 추석 연휴기간 동안 달이 떠있는 시간은 다음과 같다.

▶15일 : 17시 39분~4시2분 ▶16일 : 18시21분~5시13분 ▶17일 : 19시2분~6시25분. 정리 = 채인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