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첫 병원평가 졸속·부실…미리 알려줘 신뢰도에 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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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4백병상이상 56개 종합병원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9일 서비스평가 결과발표는 조사방법이 잘못돼 대부분 현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드러나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따라 병원간 경쟁을 유도해 서비스 질을 높인다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진 것은 물론 다음달로 예정된 4백병상이하 중소병원 평가를 앞두고 평가방식의 전면적인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평가는 의료개혁위원회의 건의에 따라 95년 3차진료기관에 이어 96년 12월과 올해 3월 1억5천7백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의사.간호사.약사등 연인원 1천1백20명을 투입, 병동.외래.응급서비스등 18개 분야 1백93개 문항에 걸쳐 현지방문.환자면담조사를 통해 실시됐다.

그러나 평가결과 내용이 평소 병원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예를 들면 종합병원을 찾은 외래 초진환자중 82%는 약을 받을 때 약사로부터 복약 (服藥) 상담을 받고 있으며 이중 91%는 설명이 충분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돼있다.

또 환자의 식사보조.배설.목욕.세발.구강.체위변경.가래침 흡인등 기본 간호서비스를 보호자에게 미루지 않고 간호요원이 직접 제공해주는 비율은 평균 63%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약상담 비율이 높지 않고 기본 간호서비스도 대부분 간병인이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환자가 하루 5만원의 간병료를 부담하고 있는 것이 병원의 현실. 이밖에 ▶병원서비스에 대해 입원환자의 89.4%, 외래환자의 84.2%가 만족했고▶의사와의 관계에는 입원환자 89%, 외래환자 82%가 만족했으며 ▶외래환자의 평균 진료대기시간과 투약대기시간은 각각 18분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반면 지난해 11월 소비자문제를 생각하는 시민의 모임이 1천6백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병원만족도 조사에서는 불편한 점이 ▶장시간 대기 (59.3%) ▶수속절차 복잡 (29.6%) ▶짧은 진찰시간 (9.5%) 등 순으로 지적됐다.

또 병원에 도착해 투약까지 걸린 시간은 2시간 이내가 66.6%, 2시간 미만이 33.4%로 나타나 복지부의 평가결과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복지부는 이같은 평가결과에 대해 ▶조사내용이 약 한달전 대상병원에 통보돼 병원측이 구체적인 날짜를 지정한데다 ▶병원측이 면담대상 환자를 사전에 선정했으며 ▶조사요원의 숙련도 차이 해소를 위한 교육부족등으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평가를 주관한 한국보건의료관리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환자들이 '오늘이 무슨날이냐' 고 말할 정도로 조사당일 병원측이 평소와 달리 친절하고 신속한 서비스를 한게 사실" 이라고 털어놨다.

이에대해 복지부 김진수 (金鎭洙) 의료관리과장은 "이번 평가는 조사결과를 신뢰하기 어려워 순위공개를 포기했으며 앞으로 불시 점검방식을 도입하는등 병원측의 조작이 없도록 하겠다" 고 밝혔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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