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業 번창 "정보통신 고급인력 스카우트 해줍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빌딩숲을 헤치고 헤드헌터들이 활보한다. 당신도 그들이 찾는 조건에 맞는다면 언제 표적이 될 지 모른다. 이들 두뇌 사냥꾼들은 불황을 모른채 몸집을 키우고 있다. 어쩌면 고급 인력의 이동이 많은 불황기가 이들에겐 가장 좋은 사냥철인지도 모른다. 이들 사냥꾼들의 이름은 헤드헌터. 최근들어 기업의 최고경영자.중역 그리고 고급기술인력을 소개하는 헤드헌팅업이 경제불황에도 불구하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한국에 진출한 외국업체의 임직원들이 공략대상이었으나 최근에는 국내업체들도 이동전화사업 등 굵직한 신규사업이 늘면서 고급인력확보에 헤드헌터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따라 이 시장은 매년 50%씩 고성장을 이루고 있으며 올해 시장규모는2백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설립한 HRP사의 이긍직 (李兢稙) 사장은 "1년만에 지사장급 10여명을 포함해 총1백30여명에 대해 헌팅작업을 성공적으로 치루었다" 며 "설립초 불황때문에 수요가 있을까하던 우려가 말끔히 가셨다" 고 말했다.

현재 李사장은 정보통신업체인 알카텔사의 한국지사장을 물색하기위해 분주하다.

지난 6월 정보통신분야 헤드헌터만을 선언하며 설립된 HT컨설팅의 김낙기 (金樂基) 사장 역시 "한달만에 30여건의 제의가 들어왔다" 며 시장을 낙관했다.

이 회사는 현재 국내 정보통신업계에 일하는 임직원 1만여명의 신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열띤 영업을 펼치고 있다.

헤더헌터를 통한 스카웃은 지위와 연봉의 상승을 의미한다.

불황때문에 현재있는 자리를 보전하는데도 힘들어하는 직장인들이 보기에는 꿈같은 얘기지만 실제로 산업계 한편에서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계 정보통신업체에서 마케팅.홍보를 담당하는 金모차장 (38) .그는 최근 헤드헌터사로부터 영국계 의류회사인 M사와 외국계 금융기관의 마케팅이사 제의를 받았다.

물론 스카웃제의는 은밀하게 왔고 자신도 다음달 인터뷰를 하기전까진 회사에 알리지 않을 작정이다.

연봉은 아직 결정된 바 없지만 金차장은 현재보다 2천5백만원이상을 더 달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金차장은 "외국계 회사에서 유능하다고 소문난 사람들 가운데 한 두번쯤 헤더헌터의 스카웃 제의를 받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들 헤드헌팅업체들이 펼치는 헌팅작업은 '스파이작전' 을 방불케 한다.

이시장에서의 생명은 비밀보장이기때문이다.

헌팅업체들은 제의가 오면 그 자리의업무내용과 필요한 기술 및 능력 등을 분석한다.

이후 헤드헌터사들은 인력물색에 나서 적임자라고 판단되는 사람을 은밀히 만나 의뢰업체에 소개한다.

일이 성사되고나면 수수료를 받는데 지사장급은 연봉의 30%내외, 그 이하는 15~20%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자리를 옮긴 사람들의 연봉은 지사장급의 경우 1억~2억원이다.

국내에 헤드헌팅업체가 첫 선을 보인 것은 8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제화 개방화추세속에서 유망시장인 한국시장에 진출하려는 다국적 외국기업들이 이 지역과 업계 사정에 정통한 기성전문인력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고 이에 대응해 헤드헌팅회사들이 설립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중인 헤드헌팅업체는 유니코서치.탑경영컨설팅.보이든인터내셔널.TAO코리아.서울서치 등 선두업체들을 포함해 대략 40여개사. 새로운 헌팅전문업체들이 매년 5~6개씩 늘어나고 있다.

시장전망은 좋다.

정보통신분야는 물론 시장개방이 본격화되는 금융.증권.보험.교육.유통 등 서비스업분야도 엄청난 인력대이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동부는 올 하반기부터 헤드헌터업을 양성화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소개요금상한도 없애 사실상 요금을 자율화할 방침이다.

또 내년 1월1일 인력공급사업에 대한 시장개방이 되면 외국의 헤드헌팅업체들도 한국에 직접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해결해야할 문제점도 적지 않다.

선진국보다 역사가 짧아 체계가 잡히지 않은데다 40여개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보니 불공정경쟁이나 윤리문제가 대두된다.

특히 외국업체들은 슬쩍 지사장을구하고 있다고 말을 흘린채 특정 헤드헌트사에 의뢰를 하는 고도의 전략을 구사, 헤드헌터사들을 경쟁의 도가니로 몰고가기도 한다.

또 회사에서 핵심 프로젝트를 맡던 사람이 경쟁사로 스카웃 될 경우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하지윤.양영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