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사업비·공사기간 왜 크게 늘어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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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 2차 수정계획안은 주먹구구식 계획과 사업착수가 국민에게 얼마나 많은 부담과 불편을 주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업기간이 당초보다 7년이나 지연돼 물류난 해소는 물론 국민의 여행편익이 결정적으로 타격을 받았고, 공사비가 3배 이상이나 증가돼 그 부담이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든, 공단이든 해명하는 일에만 바쁠 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건설교통부가 9일 발표한 수정안은 "공기와 공사비가 당초 목표보다 크게 늘게 됐으니 그리 알고 부담해 달라" 는 통고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다.

89년 5조8천5백24억원이던 공사비가 93년 1차 사업계획수정안에선 10조7천4백억원으로 늘었고 이번에 다시 17조6천억원을 돌파했다.

사업기간도 98년말 개통에서 2002년, 다시 2005년말로 늘었다.

정부는 공사비 증가 이유로 당초 계획에 없던 남서울역 설치, 대전.대구역 지하화, 경주.상리터널 노선변경등 여러 사유를 들고 있다.

이는 한마디로 사전에 준비없이 무조건 삽질부터 하고 보자는 식으로 공사부터 시작했다는 것을 자인한 꼴이다.

고속철도는 첫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92년 6월 설계도면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착공을 강행했고 차량선정도 그 뒤에 이뤄지는 모순을 보였다.

당시 노태우 (盧泰愚) 대통령의 대선공약사업이라는 이유로 임기내 착공을 서둘렀기 때문이다.

당시 사업비를 산정한 과정을 보면 '단군이래 최대의 역사' 라는 정부 설명이 부끄럽고 동네 토목공사에서도 하지 않을 촌극들이 잇따랐다.

노반공사는 전라선.안산선 건설단가의 1백50%선을 적용했고 궤도부설은 일반철도 장대레일 부설단가를, 전력.신호.통신설비등은 일본 신칸센과 프랑스 TGV.독일 ICE의 평균단가를 이용하는 주먹구구였다.

터널에서 고속열차가 교행할 때 엄청난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한 것은 좋았으나 기존 새마을호 터널보다 적당히 큰 선에서 터널규격을 정했다.

이러다 보니 구간별로 공사기준이 달라 나중에 이를 수정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공사비와 공기연장의 주원인이 됐다.

폐갱도 위인줄 모르고 뚫었던 상리터널의 안전에 문제가 있어 뒤늦게 노선을 바꾸는등 시행착오도 속출했다.

이번 수정안도 바뀔 개연성은 남아있다.

대전.대구역사의 지하화를 비롯, 차량기지등 여론이 엇갈려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집단민원 소지가 큰 사안이 아직도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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