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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 ‘사회적 논의 기구’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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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의결기구가 아니라 자문기구다. 논의된 결과는 참고의견일 뿐 수용할 의무도 없고 거기에 구속되지도 않는다.”(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전문가 집단의 의견과 여론 수렴을 통해 논의한 것을 바탕으로 독소조항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정세균 민주당 대표)

3일 여야 대표의 발언이다. 전혀 다른 내용으로 들리지만 실제로는 같은 조직을 가리킨다. 전날 발표된 여야 합의안에 명기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의 미디어 법안 관련 자문기구인 ‘사회적 논의기구’ 얘기다.

3·2 합의문에 서명한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여야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최대 쟁점인 사회적 논의기구의 성격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사회적 논의기구를 국회에 두려면 국회는 대체 무슨 일을 하나. 이런 기구가 자꾸 생겨나니 없어도 될 논란이 일어나는 것”(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나라당은 사회적 논의기구가 ‘의결권 없는 자문기구’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합의문에 문방위의 자문기구라고 명백히 나와 있는 만큼 의결권은 없는 기구”라고 강조했다.

이렇다 보니 “기존의 공청회·토론회와 무슨 차이가 있나”는 비판도 나온다. 고흥길 문방위원장은 “국회에서 논의만 제대로 된다면 참고용 기구를 꼭 만들 이유가 있겠느냐”며 “이미 서로의 주장은 알 만큼 다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문방위 내에 이런 기구가 설치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상임위에서도 전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국회 관계자도 “과거 똑같은 기구가 있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정치개혁특위 산하의 ‘선거구획정특위’가 그나마 비슷한 형태”라고만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사회적 논의기구가 사실상의 ‘해법 도출 기구’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방위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이날 “그저 토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야가 이 기구를 통해 충분히 여론조사를 하고 산술적으로 입증된 여론들이 언론 법안 개선에 담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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