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yle] 명품 두르고 돌아온 캠벨, 시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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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할리우드 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던 수퍼 모델들이 돌아왔다. 여전사 복장을 하고 이탈리아 브랜드 디스퀘어드2 광고에 출연한 수퍼 모델 린다 에반젤리스타(사진 오른쪽)와 나오미 캠벨(사진 왼쪽).


 
이탈리아 브랜드 디스퀘어드2는 린다 에반젤리스타와 나오미 캠벨 두 명의 모델을 올 봄·여름 광고 캠페인에 등장시켰다. 회색빛 공장 지대에서 포즈를 취한 이들의 모습은 스타 사진작가 스티븐 마이젤의 카메라에 담겼다.

디스퀘어드2 관계자는 “컨셉트는 ‘여성들의 결투’ ‘강한 여전사’였다. 그런 만큼 강렬한 인상이 주로 요구됐지만 두 명의 수퍼 모델은 여성스러움도 너무나 잘 표현해 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패션 디자이너 스테파노 필라티가 광고 컨셉트를 고안한 브랜드 이브생로랑은 클라우디아 시퍼를 모델로 선택했다. 곧 마흔이 되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젊은 이미지를 간직한 시퍼의 광고 사진은 지난달 14일 파리·뉴욕·밀라노·런던·홍콩·도쿄 등지에서 50만 부 이상 배포돼 주목을 받았다.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할리우드 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던 수퍼 모델들이 돌아왔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광고에 출연한 클라우디아 시퍼.

시퍼는 이탈리아 브랜드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올 봄·여름용 광고에도 등장했다. 광고 사진을 촬영한 유명 사진작가 마리오 테스티노는 지난해 봄·여름, 가을·겨울에 이어 세 번째로 그를 카메라에 담았다. 페라가모 광고 담당자는 “시퍼는 특별한 세련미를 선보였다”고 평했다.

캠벨이나 시퍼는 간간이 언론 등에 근황이 소개됐지만 에반젤리스타는 90년대 초 전성기를 지나고는 활동이 뜸한 편이었다. 그랬던 그는 2007년 프랑스의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 파리와 계약을 하고 다시 광고 모델로 나섰다. 지난해 가을·겨울에는 이탈리아 브랜드 프라다의 광고 모델로도 활약했다. 프라다가 에반젤리스타를 택한 것은 ‘언니들의 귀환’ 시리즈의 하이라이트였다. 프라다는 광고에 있어서만큼은 철저하게 신인을 선호하는 브랜드기 때문이다. 패션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는 “이 시대의 ‘팜므 파탈’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것을 표현하기에 너무 어린 모델은 어울리지 않았다. 연륜과 경험을 쌓은 수퍼 모델인 린다가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잘 풀어낼 것이라 생각했다”고 그를 기용한 이유를 밝혔다.

늘 새롭고 신선한 것이 각광 받는 패션계에 왕년의 수퍼 모델이 다시 전면에 등장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삼성패션연구소는 최근 “전설적인 수퍼 모델이 활약하고 있다”면서 “영향력이 검증된 수퍼 파워의 수퍼 스타를 기용해 안전하고 확실한 효과를 얻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브랜드들은 불황일수록 신선하고 새롭긴 하지만 효과가 불확실한 신인 모델로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패션계에선 “요즘은 수퍼 모델이 없다”는 게 정설이다. 에반젤리스타, 캠벨, 시퍼 외에도 크리스티 털링턴, 케이트 모스, 신디 크로퍼드가 90년대 초반까지 활동하던 ‘마지막 수퍼모델’로 분류되고 있다. 이후 세대의 모델들은 정상의 인기를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야 2~3년에 불과했다. 그리고 과거 수퍼 모델의 몫이었던 빅 브랜드의 광고 모델은 영화배우가 대신해 버렸다.

광고 모델 계약료로 수백만 달러를 챙기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유행을 좇지 않는다. 우리가 바로 유행 그 자체”라며 자신에 찬 발언들을 쏟아냈던 당당한 모델은 90년대 초 이후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그들이 지금 다시 무대에 섰다. ‘언니들의 귀환’을 축하하는 것일까. 올 봄·여름 패션은 80년대 풍이 유행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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