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앞두고 우울한 호남지역 공단…부도위기로 상여금도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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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추석을 일주일 앞둔 8일 오후 광주시광산구 하남산업단지. 5백60여개 업체가 입주해 광주의 대표적 공단인 이곳은 예년에 없이 한산해 적막하기까지 하다.

평소같으면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차량들로 정체를 빚는 비아인터체인지와 공단진입로도 승용차만 눈에 띨뿐 대형 트럭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남산업단관리공단 김영창 (金永昌.43) 총무부장은 "1백10개업체가 아시아자동차에 납품하는 곳으로 정상적인 공장가동을 못하는데다 다른 업체들도 수금이 안돼 어느해보다 우울한 추석을 맞고 있다" 고 말했다.

아시아자동차및 협력업체에서는 부도위기로 신입직원들을 중심으로 자진 퇴사자들이 많아 더욱 무거운 분위기다.

특히 아시아자동차와 그 협력사 26개업체 9천여명의 임금.상여금등 모두 4백65억4천여만원이 지급되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광산구 소촌농공단지내 K사는 아시아자동차 부도유예 여파로 공장 가동률이 40%에 그치고 최근 1년미만의 신입사원 25명이 회사를 그만둬 어수선한 분위기다.

이밖에 광주지방노동청 관내 5인이상 1백21개의 사업장에서 81억5천6백만원의 임금을 체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 산업체의 경우 금호그룹.삼성전자.대우캐리어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 추석선물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종업원 50여명의 S사 대표 金모 (55) 씨는 "지난해 4만원 상당의 추석선물을 돌렸으나 올해는 수금이 제대로 안돼 1만원대 선물을 고려하고 있다" 고 말했다.

전북지역의 공단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1백인이상 사업장 1백15개업체중 49개업체가 추석상여금을 아예 지급하지 못할 형편이며, 대부분의 업체가 추석상여금을 절반정도로 줄일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또 83개업체에서 5만~10만원상당의 추석선물을 주었으나 올해는 32개업체만이 예년수준의 선물을 마련했다.

익산공단내 중소기업 간부 吳모 (43) 씨는 "추석상여금은 고사하고 임금을 3개월째 못받아 친척들을 찾아보는 것은 엄두도 못내고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성묘비용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고 털어놨다.

광주.전주 = 천창환.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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