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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공부] ‘16세 시인’ 한지이양의 독서 노하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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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6세의 나이에 시인으로 등단한 한지이양. 그의 어머니는 독서공간 확보를 위해 아파트 베란다를 개조해 서재로 만들어 주었다. [사진=최명헌 기자]

지난달 시 문학사에 큰 획이 그어졌다. 서울디지털대학교와 문학 계간지 『시작』, 월간지 『에세이 플러스』가 공동 주최한 제3회 서울디지털대학교 사이버문학상 공모에서 만 16세의 여고생이 시 부문 당선자로 선정된 것. 주인공은 올해 안양예고 3학년이 된 한지이양이다. 심사를 맡은 서울디지털대 오봉옥(48·문예창작과) 교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선정한 우수 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최연소 시인”이라며 “감각적 체험에서 비롯된 기막힌 발상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엄청난 독서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어린 나이에 절대 이런 시를 쓸 수 없다”고 평가했다.

서울 옥수동 한양의 집을 찾았을 때 비로소 그의 독서량이 엄청나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방과 거실에 수천 권의 책이 꽂혀 있는 건 물론이고, 아파트 베란다를 개조한 그만의 서재가 따로 마련돼 있었다. “방학 때는 하루에 반 정도를 서재에 혼자 틀어박혀 책을 읽어요. 식사를 거를 때도 있다니까요.” 어머니 김경희(41)씨가 말을 거든다.

한양이 독서에 재미를 붙인 건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 다섯 살 되던 해부터 1주일에 세 차례씩은 반드시 대형문고에 데리고 갔다. 김씨는 “간접경험을 통해 아이가 어떤 길로 갈 것인가 스스로 찾게 하고 싶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림만화책으로 시작한 한양의 독서는 그리스·로마 신화로 이어졌다. “처음엔 현실 세계인 줄 알았어요. 신화가 뭔지 몰랐던 때라….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니까 상상력이 풍부해졌죠.” 상상력은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알고 싶어져 동·서 고전 등 다양한 책을 읽게 됐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어머니 김씨는 독서일기 쓰기를 권유했다. 그는 “아이가 자신이 읽은 책을 글로 정리하다 보면 책의 세심한 부분에까지 관심을 갖게 된다”며 “독후감이 아닌 자신의 느낀 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일기 형식이 좋다”고 조언했다.

동양 고전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시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한양. “아이가 태어나 엄마 젖을 먹이면 이유식을 생각하잖아요. 책읽기도 마찬가지예요.” 책 뒤표지에 나온 서평부터 먼저 읽으면 그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고 했다. 그는 또 독서와 일상생활을 ‘연계’할 것을 권했다. 이청준 작가의 소설 『서편제』를 읽고는 영화를 보면서 그 의미를 재해석하는 식이다.

당선작으로 뽑힌 ‘골드러쉬’는 금을 캐는 노동자들의 애환을 담고 있다. 그런 시를 만든 그의 독서 노하우는 시 문학계에서 금을 캐내는 시금석이 돼 주었다.

글=최석호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엄마·아빠 독서 선생님이 말하는 ‘학년별 독서지도’

■ 초등=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읽게 한다. 체험활동과 연계시켜 흥미를 갖게 한다.

■ 중등=수준 높은 책을 골라준다. 여행지에서 관련 있는 책을 권한다.

■ 고등=책이나 신문을 많이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다.


김씨는 학교(한일고) 기숙사에서 생활한 아들 경후씨에게 3년간 우편으로 신문을 스크랩해 보냈다.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논쟁이나 기획물, 석학 인터뷰, 칼럼 등을 모았다. 지지난해 본사에서 진행한 NIE지도사 과정도 이수했다. 김씨는 “이른 시간 안에 지문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 위해서는 평소 신문 사설·칼럼 등을 자주 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대입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려면 책과 신문 읽기를 병행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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