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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자이르 독재 모부투 망명지서 비참한 최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모부투 세세 세코 (66) 전 자이르 (현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이 7일밤 (현지시간) 망명지인 모로코 수도 라바트의 한 병원에서 지병인 전립선암으로 사망했다.

모로코 국왕 하산2세를 제외하고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랜 기간인 32년동안 권좌에 머물렀던 모부투는 지난 5월 로랑 카빌라가 이끄는 반군에 의해 축출돼 모로코에서 쓸쓸하게 투병생활을 해왔다.

그의 죽음에 대해 국제사회는 물론 모국 콩고민주공화국에서도 별다른 애도의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그가 자이르를 아프리카의 대표적 빈곤.부패국가로 만든 독재자였기 때문이다.

1930년 자이르중부 리잘라에서 출생한 모부투는 자이르가 벨기에의 식민지였던 지난 50년대 콩고민족운동 (NCM)에 참여, 정치와 인연을 맺었다.

자이르가 독립한지 5년뒤인 65년 쿠데타로 집권한 모부투는 철저한 일당독재체제를 구축했다. 정적에 대해 공개 처형등 무자비한 조치를 취했던 모부투의 독재가 장기간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냉전시대 중부 아프리카의 반공보루를 자처했던 그에 대해 미국.프랑스등 서방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이르의 경제적 기반인 구리 가격의 폭락과 계속되는 석유파동, 민영화계획 차질로 자이르 경제는 지난해 7백%의 인플레를 기록하는등 파탄으로 치달았다.

반면 그의 재산은 한때 자이르 전체 외채의 3분의1에 해당하는 40억달러에 달할 만큼 모부투정권의 부패는 극에 달했다.

지난해 가을 시작된 투치족 반군의 대공세는 부패한 모부투정권에 대한 최후의 심판이었다.

부패.독재추방을 내건 로랑 카빌라의 반군은 자이르 국민들의 지지속에 불과 반년만에 수도 킨샤사를 점령, 모부투 시대는 막을 내렸다.

장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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