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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공장에 고졸자 취업기피 서비스업에 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요즘 공장에서 젊은 직원들 구경하기 힘들어요. 어쩌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입사하는 신입사원이 있으면 '젊은 오빠' 들어왔다고 타 부서에서 구경올 정도입니다. "

대우중공업 인천공장의 金모 (38) 과장은 6일 "공장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사 생산직 근로자 4천5백명 가운데 10~20대는 불과 5백명으로 50대 (6백50명) 보다 적다.

전체 근로자의 평균연령도 ▶78년 28.6세에서 ▶85년 31.6세 ▶90년 36.6세 ▶95년 39세로 고령화추세가 뚜렷하다.

이는 90년대 들어 스스로 회사를 나가는 근로자들이 크게 줄어들며 고졸 기능직 사원의 신규채용이 한해 10여명선으로 줄어든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생산직 근로자 1만7천명의 평균연령은 40.2세이며, 한진중공업의 경우는 42세나 된다.

대우중공업 노사협력팀 관계자는 "생산시설의 자동화로 기능직 수요가 줄어든데다 그나마 비용절감을 위해 외주를 늘리는 바람에 자체 충원이 줄어든 이유도 있다" 고 말했다.

내의류를 만드는 BYC 전주공장에는 10~20대 근로자가 91년 전체의 64%인 3백87명이나 됐지만 지금은 전체의 40%선인 2백15명에 불과하다.

이 회사 총무과의 崔준영 계장은 "젊은 직원들의 생산성이 훨씬 높지만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 며 "젊은이들은 중소 제조업체를 기피하고 손쉽게 돈을 버는 소비.향락산업으로 몰린다" 고 말했다.

복리후생이 잘 돼있는 대기업들은 퇴직자가 적어 고졸 기능직 사원의 신규채용을 줄이고 중소제조업체는 고졸자들이 취업을 기피하면서 제조업체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80년대 이후 성장이 둔화된 조선.기계.섬유등의 산업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연보' 에 따르면 제조업 취업자 가운데 15~29세 연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85년 50%에서 96년 28%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반면 30~45세의 비중은 85년 47%에서 64%로 늘었고, 55세 이상 고령층의 비중도 85년 4%에서 96년 8%로 두배로 증가했다.

이에대해 LG경제연구원의 강태욱 (姜泰旭) 연구원은 "70년대이후 인구증가율이 둔화되면서 신규노동력 유입이 줄어든 점과 젊은이들이 3D업종 취업을 기피하고 서비스 산업에 몰리는 현상이 주요인" 이라고 분석했다.

15~29세 연령층의 경우 지난 90~95년 제조업 취업자 증가율은 6%나 감소한 반면 서비스업은 5%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기업 관계자들은 "젊은층의 제조업 취업 기피가 심화될 경우 조직의 신진대사가 막혀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어수봉 (魚秀鳳) 연구위원은 "취업구조의 고령화는 일반적 추세지만 조직의 활력을 위해 젊은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새 임금.승진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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