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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해안포로 공격 땐 자주포로 정밀 타격 대함미사일 쏘면 공군기 출격해 기지 파괴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SUNDAY


북한이 최근 대남 위협 발언을 연이어 내놓으면서도 막상 서해 경비정들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지난달 28일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조업하던 수백 척의 중국 어선이 2월 초 돌아간 뒤부터 대부분의 북한 경비정이 북한 연안에만 머물고 있다”며 “NLL 부근으로 내려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비정이 연안서만 움직이는 것은 긴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 경비정들은 중국 어선이 NLL 부근에서 조업하고 있을 때엔 NLL까지 과감히 내려오는 등 활발했다. 그러나 북한 경비정들은 중국 어선들이 돌아가고 나자 ‘큰소리친 것과 달리’ NLL 가까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어선이 없는 상태에서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하면 남한 해군으로부터 대응 공격을 받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 경비정이 NLL을 넘어 우리 바다로 침범하면 세 번의 경고방송에 이어 경고사격을 한다”며 “그래도 돌아가지 않으면 규정에 따라 북한 경비정을 직접 사격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해의 경비를 맡고 있는 2함대사령부는 북한이 2002년 제2연평해전처럼 도발할 가능성에 대비해 아주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의 대응 전략은 이상희 국방장관이 지난달 20일 국회 남북관계발전특위에서 한 말로 집약된다. 이 장관은 “타격 지점에 분명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지난달 26일에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북한의 도발에는 명확하고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북한의 도발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도발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군 당국은 북한이 도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해전보다는 해안포 공격을 꼽고 있다. 해전에서 함정으로는 남한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북이 잘 알고 있어서다. 1998년 제1차 연평해전에서 북한 함정은 자동화된 남한 함정에 대패했다. 따라서 북한은 서해안의 등산곶과 옹진군 등의 동굴 속에 배치된 해안포와 대함미사일로 우리 측 해군 고속정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은 최근 수년간 사정거리 10㎞인 기존의 100㎜급 해안포 일부를 구경이 큰 122㎜와 130㎜로 교체해 사정거리를 25㎞ 이상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백령도와 연평도 부근에서 활동하는 우리 고속정은 모두 북한 해안포의 사정권에 들어가게 됐다. 합참은 또 북한이 대함미사일 실크웜과 스틱스로 좀 더 남쪽에서 활동 중인 우리 측 초계함 등을 공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북한 대함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95㎞다.

이런 점을 감안해 합참은 북한의 해안포와 대함 미사일에 적극적인 대응책을 강구해 두고 있다. 먼저 북한이 해안포를 사격하기 위해 동굴 속에서 바깥으로 꺼내는지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북한이 사격을 위해 해안포를 꺼내면 해군은 함정들을 일단 남쪽으로 대피시키고 조심시킨다. 만약 북한이 해안포로 우리 함정을 공격하면 남측도 곧바로 대응 사격한다.

연평도에 배치된 육군 K-9 자주포와 대포병레이더가 1차적인 대응 수단이다. 대포병레이더는 북한이 해안포를 발사하는 순간 발생되는 음파로 해안포의 위치를 수초 내에 찾아낸다. 이어 좌표를 사거리 40㎞인 K-9에 자동 입력한다. NLL 인근의 북한 해안 대부분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하지만 K-9의 대응은 제한적이다. 우리 함정에 포탄을 발사한 북한 해안포만 집중 공격하는 것이다. 확전을 막기 위한 조치다. 북한이 계속 해안포를 쏘면 공군 전투기의 합동직격탄(JDAM) 등으로 정밀 타격을 시도할 수도 있다.

북한이 실크웜이나 스틱스와 같은 대함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우리 해군 함정들은 즉각 대피한다. 북한이 대함미사일을 발사하려면 몇 시간 전부터 레이더를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미리 포착할 수 있다. 그러나 대피할 상황이 못 되면 회피 수단을 사용한다. 해군 함정들은 북한의 대함미사일이 날아오면 채프나 플레어를 발사해 미사일을 다른 곳으로 유인한다. 채프는 종이보다 얇은 알루미늄 조각 덩어리로 공중에서 사방으로 흩어진다. 대함미사일을 유도하는 북한 레이더는 채프를 함정으로 착각한다. 플레어는 일종의 불덩어리다. 적외선(열)을 추적해 표적을 공격하는 미사일은 플레어를 함정으로 오인한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 미사일을 기만하는 데 이어 대함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즉각 타격한다는 방침이다. F-15K에 장착된 슬램-ER로 북한 서해안의 미사일 기지를 정확하게 파괴할 수 있다. 슬램-ER은 270㎞ 밖에서도 2∼3m 크기의 표적을 맞힌다. 또 서해안에서 활동 중인 한국형구축함에서도 함대지미사일을 발사해 북한 미사일 기지를 정밀 공격할 수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IL-28 폭격기로 공대함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2008년 10월 7일 서해상에서 스틱스 미사일을 개량한 공대함미사일 두 발을 시험 발사했다. 공군 관계자는 “IL-28은 속도가 늦고 면적이 넓어 이륙할 때부터 포착된다”면서 “IL-28이 우리 함정을 향해 공대함미사일을 발사하는 순간 우리도 IL-28을 요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공군은 서해안 쪽에 F-16 전투기 등을 띄워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합참은 북한이 서해 NLL 부근뿐만 아니라 육지의 비무장지대(DMZ)에서도 도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북한이 성동격서(聲東擊西) 식으로 서해에서 긴장을 조성한 뒤 육지의 우리 초소로 사격할 수도 있다”며 “북한의 갑작스러운 도발에 대비하라는 합참 지시가 내려와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우리 초소에 한 발을 사격하면 세 발을 쏘도록 돼 있다”며 “상황에 따라 갖고 있는 탄약을 모두 사용해도 좋다는 지시도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군이 비무장지대의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올 경우도 마찬가지다. 북한군이 MDL을 월경하면 먼저 경고방송을 한 뒤 경고 사격을 한다. 다른 관계자는 “북한군이 우리 측의 경고에도 MDL을 지나 50m 이상 남하할 땐 직접 사격하도록 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현장 지휘관이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한다는 제한이 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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