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에도 내수 회복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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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분기 안에 뚜렷한 내수 회복이 힘들다는 경기지표와 조사자료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고유가와 내수 부진 같은 대내외적 악재와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낮추겠다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도 경기에 대한 종전의 낙관론에서 한발짝 물러서는 모습이다.

◇수그러드는 '2분기 회복론'=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8일 열린 경제장관 간담회에서 "소비와 투자가 좀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수기인데도 건설.제조.서비스업은 물론 농업 부문에서도 고용 증가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 2~4월 월평균 52만명씩 늘어나던 일자리가 5월 들어 37만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박승 한은 총재도 이날 시중.국책은장들과의 금융협의회에서 종전의 낙관론을 거둬들였다.

이날 한은이 배포한 '국내외 경제동향'자료는 수출과 제조업 생산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고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2분기 내수 회복이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우선 민간소비와 설비투자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소비재 판매액과 설비투자 추계액이 4월 들어서도 각각 3.2%와 2.5%씩 줄어 2분기 전체로도 역시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1년 넘게 내수 침체가 계속되는 셈이다.

지난해 내수경기를 지탱했던 부동산 경기도 올 들어 싸늘하게 식어 2분기에도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전국 어음부도율은 0.1%로 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법인 신설(8대 도시 2318개)은 주춤한 대신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부도업체(374개)가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창업의 활력을 나타내는 신설.부도법인 배율(13.4)이 6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반기 경기도 안개 속=중앙은행과 민간 경제예측 기관들은 하반기 경제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정부나 한은이 3분기 정도면 경기가 꽤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과 정반대다.

한은은 올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5.2%로 제시하면서 상반기(4.8%)보다 하반기(5.6%) 성장을 높게 예측했지만 빗나갈 공산이 커졌다.

한은은 '국내외 경제동향'자료를 통해 "체감경기가 호전되지 못하는 가운데 하반기에도 여러 가지 대내외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증권은 하반기 성장률을 상반기(5.4%)보다 낮은 5%로 추정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조만간 하반기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방침이다. 이 연구원의 배상근 박사는 "내수 부진과 고유가뿐 아니라 가계 부채 문제,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중국의 긴축 등 주변 여건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삼성과 LG경제연구소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다소 보수적으로 낮춰잡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물가 부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교통.도시가스 등 공공요금의 인상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생산자물가는 올 들어 5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상승률(1.2%)을 훨씬 웃돌아 4.4%나 뛰었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전가된다.

홍승일.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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