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코스 난이도 국제수준 세팅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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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국내 골프대회도 골프장의 난이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프로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코스세팅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는 것. 현재 국내대회는 페어웨이와 러프의 구별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치러지고 있다.

그린 빠르기도 주말골퍼들이 플레이하는 조건과 같다.

이로 인해 국내 프로들은 깊은 러프나 빠른 그린에 적응할 기회가 거의 없어 '우물안 개구리' 란 비난을 듣고 있는 것. 7일 제일CC에서 끝난 신한오픈골프대회에서는 국내 프로들의 이같은 약점이 단적으로 드러났다.

코스세팅을 국내 대회로는 처음으로 국제대회 수준에 맞춰놓자 국내 선수들이 맥을 못추고 주저앉고 말았다.

영국의 에드워드 프라야트 (26)가 합계 13언더파 2백75타로 케빈 웬트워스 (미국) 와 동타를 이룬뒤 연장 첫홀 버디로 우승한 것을 비롯해 '외국인' 이 1~4위를 휩쓸었다.

한국선수 중에는 김완태.최윤수.김진영이 9언더파 2백79타로 공동 5위를 차지한 것이 최고성적이었다.

국내 선수들은 들러리에 불과했던 셈. 이번 대회에서 국내 선수들이 부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좁은 페어웨이와 깊은 러프.빠른 그린등 익숙지 않은 코스 세팅 때문. 3, 10, 11번홀은 페어웨이 폭이 20야드에 불과해 올해 US오픈 개최지인 콩그레셔널GC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러프도 프라이머리 러프 (속칭 B러프) 와 러프 (A러프) 로 확실히 구분, '러프행 = 1타 감수' 를 시도했다.

실제로 A러프는 풀이 13㎝ 이상으로 길어 공이 안보일 정도였다.

그린 속도도 스팀미터기 (그린의 빠르기를 측정하는 기계) 로 3m가 나올 정도로 빠르게 했다.

메이저대회 코스에는 못 미치지만 '러프같은 그린' 에 길들여진 국내 선수들로서는 빙판이나 다름없는 상태. 국내 선수들이 헤맬 수밖에 없는 코스세팅이었다.

김종덕은 "국내 대회로는 가장 어려운 코스세팅이었다" 며 "이런 코스에 익숙하지 못해 많은 애를 먹었다" 고 실토했다.

프로골프협회의 한 관계자는 "골프장을 빌려주는 것만도 감지덕지한데 골프장측에 코스세팅까지 요구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고 말하고 있다.

김종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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