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교육방송서 수능시험 30~40%출제說 돌며 교재 불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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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국교육방송원이 지난달 25일부터 시작한 위성교육방송의 '파이널 위성 수능 강좌' 에서 98학년도 수능시험 문제가 30~40% 정도 출제된다는 소문이 일선고교에 떠돌면서 위성교육방송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서점가에서는 관련 교재들이 품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대입 단과학원들은 본격적인 입시철이 다가왔는데도 등록생이 20~30% 정도 줄어 울상이다.

수능 출제를 관장하는 국립교육평가원 선형기 (宣炯基) 고사운영부장은 이에 대해 "근거없는 뜬소문" 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소문은 쉽게 잠재워질 것 같지 않다.

일부 출판사.학원의 상술 (商術) 탓도 있지만 과거 교육방송의 지상파 TV과외가 학력고사에서 이미 상당한 적중률을 보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89년 4월 "불법과외를 없애고 지역간.계층간 교육기회 격차를 줄인다" 는 취지 아래 KBS - 3 TV채널에서 'TV 고교 가정학습' 을 실시했다.

이 당시 시중의 유명한 학원강사도 상당수 TV과외 강사진에 포함됐으며 TV과외는 89년 12월 시행된 전기대 학력고사에서 엄청난 위력을 보였다.

당시 교육방송을 맡고 있던 한국교육개발원은 전기대 학력고사가 끝난 뒤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학력고사 문제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TV 고교 가정학습 프로그램 내용이 77.5% 이상 학력고사 문제에 반영됐다" 고 밝혔다.

과목별 반영률을 보면▶물리Ⅰ.생물Ⅱ는 86%▶사회Ⅰ.생물Ⅰ.물리Ⅱ는 85%▶지구과학Ⅰ은 83%▶수학은 79%로 높았으며▶국어는 65%▶영어는 48% 등이었다.

심지어 학력고사 문제중 사회과목의 '사회 복지 수준이 높다고 볼 수 있는 경우를 묻는 문제' 와 화학Ⅰ.Ⅱ의 '바닥상태에서의 산소원자 전자 배치 상태를 묻는 문제' 는 TV과외 교재문제와 거의 비슷했다.

학력고사 당일 하두봉 (河斗鳳) 출제위원장도 "TV과외를 꾸준히 시청하며 학습한 학생은 큰 도움을 받았을 것" 이라고 밝혀 학력고사 출제진이 TV과외 내용을 상당히 참조했음을 암시했다.

90학년도 입시에서 서울대 여자 전체 수석을 차지한 姜모양은 "TV과외가 마무리 학습에 큰 도움이 됐다" 고 밝히는 등 많은 수험생들이 TV과외의 효력이 높았다고 인정했다.

TV과외 반영률은 91학년도 입시에서 더욱 높아졌다.

교육개발원은 90년 12월 전기대 학력고사가 끝난 뒤의 보도자료에서 "TV 고교 가정학습의 학력고사 반영률은 90학년도보다 2%포인트 높은 79.5%에 이른다" 고 공식 발표했다.

이같은 결과를 분석하면 출제범위가 넓은 국어.영어 등은 비교적 반영률이 낮은 반면 출제범위가 한정된 사회.과학 과목에서는 반영률이 상당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교육방송원 송준오 (宋準五) 부원장은 이에 대해 "수능은 국립교육평가원이 출제하기 때문에 위성교육방송 교재에서 수능이 출제된다는 소문은 근거없지만 정부가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위성교육방송을 하는 만큼 적중률을 높일수록 목적을 달성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암기 위주의 학력고사와는 달리 수능은 여러 교과목을 혼합한 통합교과식 문제와 종합적인 이해력을 묻는 문제를 주로 출제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적중률이 높을 지는 미지수다.

교육부 박경재 (朴景載) 교육정보기획과장은 "교육방송원이 위성교육방송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반영률을 높이는데 힘쓸 것은 당연하지만 수능 문제유형이 달라진 만큼 수험생은 위성교육방송에서 '쪽집게식' 문제를 기대하기보다는 문제풀이 능력을 키우는데 힘쓸 것" 을 당부했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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