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그/환/자 - 아토피 잡은 엄마의 끈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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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는 환자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고통을 주는 질환이다. 2005년 진료실에 들어선 김은숙(가명·42·여)씨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세 자녀 중 수년째 아토피를 앓고 있는 두 아이 뒷바라지에 지칠대로 지친 듯했다.

 첫째 아들 진우(가명·10)는 세 살 무렵 아토피 증상이 나타났다. 다섯 살 때부터는 몸을 긁어대느라 잠을 못 이룰 정도였다. 김씨는 “병원을 내 집 드나들 듯하고 아토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민간요법은 다 해봤다”고 했다. 하지만 좀 나아지나 싶으면 또다시 악화되는 일이 반복됐다. 김씨는 힘들어하는 진우를 보면서 가슴 아팠지만 언제부터인가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됐다.

 그러다 2004년 초 셋째인 딸 정은(가명·6)이에게서도 아토피 증상이 나타났다.‘설마 진우처럼 심해지진 않겠지’란 김씨의 기대는 곧 물거품이 됐다. 외출할 때면 흘낏거리는 뭇 시선에 김씨와 아이들 모두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밝은 성격의 진우도 점차 웃음을 잃어갔다. 학교 가기 싫어하고 사람 만나는 것도 꺼렸다. 증상이 더 악화돼 진우는 결국 학교에 병가를 냈다. 정은이 역시 다니던 유치원을 그만뒀다.

 본원에 찾아왔을 때 진우와 정은이는 태선화(코끼리 피부처럼 거칠고 딱딱해지는 증상)가 심각했다. 우선 끈기 있게 치료해야 한다는 것을 김씨와 두 아이에게 일렀다. 아토피는 흔히 피부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폐 건강이 중요하다. 폐가 약해지면 피부의 땀구멍과 털구멍이 닫혀 노폐물과 독소가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피부 밑으로 쌓인다. 이것이 열독으로 변해 아토피로 나타난다. 따라서 아토피 치료는 폐 건강을 회복하는 데서 출발한다. 다행히 진우와 정은이는 지시에 잘 따랐다. 폐 기능을 돕는 한방증류탕을 복용한지 4개월이 지나면서 호전의 기미가 보였다. 폐 건강을 위해 권한 운동도 꾸준히 따라했다. 물론 아이들보다 김씨의 노력이 컸다. 치료 도중 증상이 심해져 두 아이가 힘들어 할 때도 김씨는 묵묵히 지시를 따랐다.

 두 아이는 1년간 치료를 받았다. 병원 문을 나설 때 보여줬던 세 사람의 밝은 웃음을 생각하면 지금도 뿌듯해진다.

서효석 편강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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