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표면적으론 우리의 국회의원에 해당한다. 하지만 내용은 아주 다르다. 우선 북한 대의원의 대부분은 당·군·정의 요직을 겸하고 있다. 선거구는 숫자로 표기한다. 대의원은 단독 입후보해 100% 찬성으로 당선돼 왔다. 헌법상 최고 주권기관인 최고인민회의는 법률 제·개정, 주요 기관장 인선, 예산 심의 권한을 갖는다.
현역 중 최다선은 9선의 양형섭(84)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 박준규 전 국회의장의 9선에 맞먹는다. 1994년 사망한 김일성 주석도 생전에 9선을 기록했다. 양 부위원장은 김 주석의 사촌동생인 김신숙(86년 사망)의 남편으로, 62년 3기부터 줄곧 ‘당선’됐다. 8일 선거 때 그가 이름을 올리면 10선이 된다.
김중린(85) 당 비서와 김철만(91) 전 제2경제위원장, 황순희(90) 조선혁명박물관장이 8선으로 양 부위원장을 잇고 있다. 이들은 ‘김일성 사람’이자 ‘김정일 사람’으로 꼽히는 ‘대를 이어 충성한’ 대표적 인물들이다. 항일 빨치산 김일성 유격대 간호원 출신인 황 관장과 김철만 전 위원장은 고령으로 실질적인 활동은 어렵다. 그러나 후계 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혁명 1세대인 이들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대의원에 출마할 것이란 게 일반적 관측이다. 김중린 비서는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 중이다.
대외 수반인 김영남(81)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김국태(85·김 주석의 빨치산 동료인 김책의 아들) 비서, 채희정 당 문서정리실장과 함께 7선이다. 국회의장에 해당하는 최태복(79) 최고인민회의 의장은 5선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후계자로 대외에 공표(80년)된 이후인 82년 첫 출마했다. 현재 5선이다. 그러나 다른 대의원들과 달리 김 위원장은 선거가 아닌 추대로 되며, 대의원 발표 때 그의 선거구와 이름은 공란으로 처리한다. 김 위원장이 다른 대의원들과 격이 다르다는 표시다.
정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