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의료 지출 늘리면 간디 유품 기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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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인도의 정신적 지주인 마하트마 간디의 유품 소장자가 인도 정부에 물품 인도를 위한 협상을 제안했다고 2일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 유품은 5일(현지시간) 미국 경매시장에 나올 예정이어서 인도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던 터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평화 운동가로 유품을 갖고 있는 제임스 오티스는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인도 정부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에 불과한 의료 부문 지출을 크게 늘린다면 경매회사와 협의해 유품을 인도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오티스는 “인도 정부가 법적으로 대응하거나 미국 국무부를 통해 압력을 행사해 경매가 무산될 우려가 있어 협상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인도 정부는 국민 정서를 감안해 간디 유품을 회수하기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암비카 소니 인도 문화부 장관은 “간디의 유품이 경매에 부쳐지는 것을 반드시 막겠다”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유품을 회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간디의 증손자인 투샤르 간디(49)는 “유품 경매는 모욕이다. 유품을 찾아오기 위해 대국민 모금 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이번 경매를 주관하고 있는 미국 뉴욕의 경매회사 안티쿼럼은 인도 정부와 유품 소장자가 원만히 합의하지 못하면 이번 경매가 예정대로 5일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경매에 나올 예정인 간디의 유품은 둥근 테 안경을 비롯해 회중시계·그릇·접시·가죽 샌들 등 개인 물품 다섯 점이다. 둥근 테 안경은 간디의 트레이드 마크다. 1930년대 간디가 인도군 장교에게 이를 선물하면서 ‘자유 인도’를 꿈꿀 수 있게 한 눈과 같은 존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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