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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성병, 내곁의 사랑 울리는 빗나간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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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인류 역사와 더불어 존재했다는 성병. 입·성기·항문 등 성접촉으로 전염되며, 때론 수혈이나 주사는 물론 임신 중 태아에게도 전파된다. 성병이 문제되는 이유는 자신의 질병을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파시킨다는 점이다. 또 불임·골반염·전립선암 등의 위험성도 높인다. 실제 임질·매독에 걸린 일이 있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각각 1.4배, 2.3배 높다. 또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의 경우 여성의 자궁경부암 발생 가능성도 100배 이상 높다.

◆다양한 성병균=성병 하면 과거에는 흔히 임질이나 매독을, 1990년대 이후엔 에이즈를 떠올린다. 하지만 성병을 일으키는 원인은 세균(매독·임질·비임교성 요도염·클라미디아), 바이러스(헤르페스·인유두종바이러스· 에이즈 등), 기생충(트리코모나스·사면발이) 등 다양하다.

이 중 세균이나 기생충은 박멸이 가능하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완치하는 치료제가 없어 환자가 늘어나게 마련이다.

한림대 의대 비뇨기과 조성태 교수는 “1999년부터 2007년까지 통계(건강보험 관리공단)에 따르면 전체 성병 환자는 24만5713명에서 33만6298명으로 1.4배 증가했지만 헤르페스는 2만4401명에서 9만4259명으로 3.8배 늘었다(여성은 이 기간 중 5.5배 증가)”고 밝혔다. 다른 바이러스성 성병 역시 마찬가지다.

◆여성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국내에서 가장 빈발하는 성병은 비임균성 요도염이다. 남성은 성 접촉 1~3주 후에 소변 보기가 불편하고 희거나 투명한 분비물이 나온다. 반면 여성은 별다른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내다가 나중에 골반염 같은 합병증이 초래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흔하다. 이전에 많았던 임질도 남성은 성관계 후 며칠만 지나면 소변볼 때 불편하고, 음경 입구에 누런 고름이 나오는 요도염이 동반되지만 여성은 감염 후에도 대부분 증상이 없다.

성병 감염 시 남성은 대부분 즉시 치료를 받는 반면 여성은 방치하다 불임·미숙아·저체중아·선천성 태아 감염 등의 후유증을 초래하는 경우가 흔하다.

물론 매독처럼 남녀 모두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지나치는 성병도 있다. 실제 매독은 뇌 매독, 기형아 출산 등의 합병증을 통해 발견하는 환자가 종종 있다.


◆가려움증이 나타나는 성병=최근 머릿니 증가와 더불어 증가한 성병이 사면발이다. 주로 치모에 있던 이가 성관계를 통해 전파된다. 이 병은 가려움증이 주된 증상이다. 심하게 긁어 2차적인 세균 감염이 문제된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 교수는 “치모에 기생하는 이는 성관계 후 보름 이내에 가려움증이 나타나는데 특히 밤에 가려움증이 심해진다”며 “증상이 의심될 땐 일단 치모를 면도하고 이의 알을 죽이는 린단 로션과 연고를 바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성병에 감염된 건 아닌지 확인해 봐야 하며 사용하던 침구와 옷도 멸균 세탁해야 한다.

헤르페스 역시 성관계 후 7일 이내에 성기가 가렵고 화끈거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물집이 생기고 터져 진물이 흐르고, 궤양이 생긴다. 물론 별반 증상을 못 느끼는 환자도 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일단 감염되면 척수 아래 골반신경절을 침범해 잠복해 있다가 스트레스나 다이어트로 면역 기능이 떨어지면 성기·음낭·고환·엉덩이·항문·질 등에 다시 나타난다.

◆최선은 예방, 차선은 원인별 맞춤 치료=성병 치료법은 원인에 따라 결정된다. 예컨대 비임균성 요도염·매독·임질 등 세균이 원인일 땐 항생제 치료로 완치할 수 있다. 간혹 방치해 골반염 등 합병증이 생긴 경우엔 수술을 하기도 한다.

인하대 의대 감염내과 정문현 교수는 “바이러스가 원인인 성병은 완치법이 없으므로 예방이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어쩌다 한 번 실수로 감염되는 경우도 적지 않으므로 평생 예방에 신경써야 한다는 것.

성병 예방의 최선책은 성관계 시작부터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다. 최근 인유두종 바이러스 예방 백신이 나와 있지만 예방 효과는 아직 70% 정도에 불과하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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