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모우 감독 '침착하라'…흔들리는 중국의 위기 영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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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올해 베니스영화제 (6일 폐막)에서 중국 당국의 저지로 지난 5월 칸영화제 출품이 막판에 좌절됐던 장이모우 (張藝謀.47) 감독의 최신작 '침착하라' (원제 有話好好說.영어제목 Keep Cool)가 경쟁부문에서 상영돼 큰 관심을 모았다.

2일 시사회 후 열린 기자회견장에는 이례적으로 펠리스 라우다디오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직접 장 감독과 자리를 함께 하는 성의를 보였으며 많은 기자들이 몰려 영화에 묘사된 중국의 변화상과 검열제도에 대한 질문공세를 펼쳤다.

장감독은 "검열당국의 요청으로 결말부분을 바꾸어 재촬영했다" 고 밝혔지만 원래의 결말이 어떠했는 지는 밝히지 않았다.

'침착하라' 는 그러나 검열문제보다도 장이모우 감독이 이전 작품들과는 완전히 다른 소재와 촬영스타일을 택했다는 점에서 그의 '변화' 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97년 베이징의 개방적인 젊은이들을 등장시킨 첫 현대물인데다 이전의 고정된 프레임 대신 1백% 들고찍기를 시도해 화면이 시종 혼란스럽고 어지럽다.

광각렌즈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인물들의 극단적인 클로즈업과 화면의 빠른 전환이 언뜻 왕자웨이 (王家衛) 영화 같은 느낌을 줄 정도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장 감독은 "나 자신의 반복을 피하기 위해 무언가 바꿔 보고 싶었다.

촬영스타일의 변화는 영화의 내용이 변했기 때문에 택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돈많은 남자에게 빼앗긴 애인을 되찾으려는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중국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 위기를 다루고자 했다" 는 그는 그런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흔들거리고 비틀린 화면을 택했다.

주인공 샤오슈웨이 (장웬) 는 서점을 운영하는 젊은이. 개방적이고 파리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패션감각을 지닌 애인 안홍 (취잉) 을 되찾기 위해 매달리다가 그녀의 새 애인에게 집단폭행을 당한다.

샤오슈웨이와 안홍의 실랑이로 시작된 영화는 이때부터 중년의 장라오와 샤오슈웨이와의 관계를 축으로 진행된다.

영화에는 고층아파트와 번쩍이는 네온사인, 거리의 소음, 대도시적인 혼란스러움, 새롭게 축적된 부 (富) 와 가라오케에 이르기까지 소비와 유흥에 물들어 가는 중국의 모습이 보여진다.

특히 물질만능과 서구식 개인주의에 빠져드는데 대한 우려가 보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산만하고 그마저 코믹하게 희화화시켜버려 장감독의 성공적인 변신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느낌이다.

그러나 장 감독은 "비판을 한다기 보다는 현재의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경제발전은 역사적 단계의 하나이며 그러한 사실에 대해 판단을 내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고 조십스럽게 이야기 했다.

베네치아 =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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