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전철환 전 한국은행 총재 별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전철환 전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밤 지병으로 별세했다. 66세.

고인은 전북 익산출신으로 전주고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뒤 고시행정과 (12회).충남대 교수를 거쳐 '국민의 정부' 출범 직후인 1998년 3월부터 2002년 3월까지 한은 총재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사회정의와 경제의 논리','한국경제론'과 '솔뫼(전 전 총재의 호) 경제수상 모음' 등이 있다.

한국경제발전학회 회장을 지내며 평소 사회정의를 강조하는 진보성향의 경제학자로 꼽혔던 그는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한은 총재로 임명되기 전까지만 해도 줄곧 충남대 교수로 지방에서 경제이론을 가르쳐 중앙무대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한은 설립 후 52년 동안 다섯번째로 4년 임기를 채운 총재로 꼽히는 고인은 재임시절에도 중고 프라이드 승용차를 직접 몰고 다닐 정도로 서민적이고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 어려운 고비 속에서도 콜금리 인하 정책을 폄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으로 이어지는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가 외환은행에 출자하고 공적자금 마련을 위해 국채를 인수하라고 요구했을 때 한은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끝까지 거부하는 '강골'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빌린 돈을 마지막으로 상환할 때 '경제 주권'을 되찾은 의미에서 국산 펜을 준비해 서명하고 이를 박물관에 보관하도록 한 일화도 있다.

한은 총재 퇴임 후에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아 공적자금 회수와 은행 민영화 등에 힘써왔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경자 교수(충남대 국문학과)와 아들 종은(서울대 분당병원 의사), 종익(헌법재판소 연구관)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 병원, 발인은 20일 오전 7시. 장지는 전북 익산 선영.02-760-2011.

홍병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