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이사람]'원나잇 스탠드' 출품한 마이크 피기스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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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지난해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적셨던 마이크 피기스 감독 (49) 은 음악을 전공한 로커출신이다.

그래서 그에게 음악은 영화의 분위기를 전달해 주는 본능적인 수단이며 이는 올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작인 '원 나잇 스탠드' (One Night Stand:하룻밤 사랑) 도 예외는 아니다.

웨슬리 스나입스와 나스타샤 킨스키가 우연히 만나 하룻밤 사랑을 나누는 유부남.유부녀로 등장하는 이 영화에는 베토벤의 현악사중주에서 부터 재즈.팝.리듬 앤 블루스.일본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곡들이 영화의 속도감과 인물의 심리묘사를 주도한다.

"음악은 어떤 예술보다도 관객과 감정적인 교류를 하는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많은 영화들이 음악을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고 심지어는 사운드트랙 앨범을 만들어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기 위해 팝뮤직을 많이 사용한다" 고 지적하는 그는 자신의 영화에 흐르는 곡을 직접 작곡하기도 한다.

'원 나잇 스탠드' 는 광고회사의 유능한 간부로 남매 등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는 맥스 (웨슬리 스나입스)가 에이즈에 걸린 친구 찰리 (로버트 다우니 쥬니어) 를 만나러 뉴욕에 도착하며서 시작된다.

피기스 감독은 불륜의 사랑에 빠져 괴로워 하는 두 남녀의 심리적인 갈등을 클로즈 업된 미묘한 표정연기와 음악, 그리고 페이드 인과 페이드 아웃이 반복되면서 관객에게 여백의 공간을 선사하는 편집방식을 통해 섬세하게 때로는 불안하게 전달한다.

"불륜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죽음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을 그리고자 했다" 는 그는 6~7년전 실제 에이즈로 사망한 절친한 친구로부터 찰리역을 따왔다고 설명했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에서도 죽음과 사랑을 그린 그는 "개인적으로 비극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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