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보상법 개정안 금주 국회 제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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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전여옥(서울 영등포갑) 의원이 1일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법’ 개정안을 3월에 입법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개정안 추진에 반대하는 부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회원들에게 지난달 27일 국회 본관에서 폭행당한 뒤 순천향병원에서 사흘째 입원 중이다. 그는 이날 보좌진을 통해 “의원들의 발의 서명을 충분히 받은 뒤 이번 주 중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며 “당초 예정일(2일)보다 2~3일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선 의원(오른쪽에서 셋째) 등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이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전여옥 의원 폭행 사건에 대해 “정치 테러”라고 비판한 뒤 철저한 조사와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전 의원의 개정안은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의 민주화운동 판정에 대한 재심 신청 기간을 현행 30일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게 골자다. 보상심의위원회가 직권재심을 할 수 있는 기간도 결정이 내려진 때의 반기말(최장 6개월)에서 10년으로 늘렸다. 또 현재는 민주화운동 보상을 신청한 당사자 및 유족만이 재심 신청을 할 수 있지만 위원회의 결정으로 권리나 이익을 침해받은 제3자도 재심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2002년 민주화운동 판정을 받은 부산 동의대 사건의 경우 학생들의 화염병 시위로 숨진 7명의 경찰관 유족이 판정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경찰 유족들의 재심 청구로 동의대 사건에 대한 민주화운동 판정이 번복될 가능성도 있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동의대 사건 당시 구속된 학생들의 가족인 부산 민가협 이모(68) 대표와 회원들이 폭력을 휘두르면서 반발했다는 게 전 의원 측의 주장이다.

전 의원의 김정숙 보좌관은 “전 의원은 여전히 가슴과 다리 등 전신 통증 때문에 진통제를 맞고 있다”며 “이씨 등 5~6명이 ‘법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며 폭행할 당시의 공포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불안한 상태”라고 전했다. 전 의원은 2일 왼쪽 눈의 각막을 포함해 부상 부위에 대한 정밀검사를 받는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을 ‘의원 입법 활동에 대한 보복성 테러’로 규정하며 강력 대응하고 있다. 4선의 김영선(고양 일산서구) 의원과 김금래(비례대표) 당 여성위원장 등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은 이날 ‘정치 테러에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는 집단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번 사건은 야만스러운 정치 테러이며 국민의 대표이며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전체에 대한 명백한 위협과 도발”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해 당사자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다면 어떻게 자율적인 입법 활동이 가능한가”라며 “침묵하고 있는 야당도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김금래 의원은 “전 의원의 눈 아래에서 콧날까지 빨갛게 손톱으로 할퀸 상처가 남아 있다”며 “폭력 행사를 민주화운동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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