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holic] 신도림역은 지금 ‘자전거 환승’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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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신도림역 앞 자전거 주차타워에서 이재완(54)씨가 2단 주차대의 위칸에 있는 자신의 자전거를 꺼내고 있다. 이 타워는 470대를 동시에 수용한다. [표준 인턴기자]


구로구의 자전거-지하철 환승 시도가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신도림역 2번 출구 앞에 설치한 525㎡ 규모의 2층 철골 주차타워는 요즘 주민들이 세워놓은 자전거로 제때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다. 이 주차타워는 1층에 270대, 2층에 200대 등 모두 470대의 자전거를 주차할 수 있다.

이정식(29·대림동)씨는 “주차타워가 생기기 전에는 자전거 설치대만 덩그러니 있어 자전거가 하루 종일 먼지를 뒤집어쓰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비를 맞기 일쑤였다”며 “그러나 이제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고 관리인까지 있으니 일주일에 2~3일은 자전거를 타고 나온다”고 말했다. 헤이룽장(黑龍江)성 출신의 중국 동포 최상진(44·신도림동)씨는 “나는 일터(용산 건축 현장)에 나가기 편하고, 지나가는 사람은 보기도 좋으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최흥복 구로구청 자전거주차타워 관리담당은 “자전거를 타고 온 뒤 신도림역에서 지하철로 갈아타는 사람이 주차타워가 생기기 전에는 하루 200명이었으나 요즘은 500명 선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주차타워에 자전거를 가져와 빈자리에 세우고 자신의 자물쇠로 채워놓으면 된다. 24시간 운영되는 주차타워의 이용료는 무료다. 관리인 오석영(55)씨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자전거를 돌보고, 필요한 사람에게는 타이어에 바람도 넣어준다. 하지만 시행 초기인 만큼 아쉬운 점도 있다. 주차타워 1층은 주차대가 2단으로, 위아래에 자전거를 댈 수 있지만 노인이나 여성·어린이가 위칸에 자전거를 대기는 쉽지 않다. 회사원 김정곤(57)씨는 “나이가 들어 위칸에는 자전거를 올리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상국 구로구청 교통시설팀장은 “주차타워 입구에 있는 30여 대의 주차공간을 ‘노약자·여성·어린이 전용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말했다.

박경호(27·영등포동)씨는 “주차타워에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돼 있지만 그것으로는 불안하다”며 “현재 1명인 상주 인원을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로구청 이상국 팀장은 “사용자가 점점 늘고 있어 주차타워 2층에 200대 규모의 주차대와 자전거 정비소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로구는 올해 안에 지하철 1호선 개봉역 앞에 자전거 주차타워를 착공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김영복 자전거사랑전국연합회 서울본부장은 “자전거 주차타워가 생기면서 시민들이 자전거와 대중교통의 환승을 더 많이 생각하기 시작했다”며 “시민단체 차원에서 자전거 출퇴근에 대한 의식 개혁 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현택 기자, 사진=표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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