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전화 事前선택제 내달말 시행…요금·서비스 경쟁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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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외전화 사전선택제가 한국통신과 데이콤등의 극적인 합의로 오는 10월31~11월2일 사이에 시행된다.

한국통신과 데이콤.온세통신 (제3사업자) 은 당초 추진했던 전 (全) 가입자대상 '국민투표' 방식의 사전선택제를 철회하고 데이콤의 독자적인 가입자확보 영업방식을 채택키로 지난 1일 합의했다.

〈9월1일자 25면 참조〉 합의된 사전선택제의 골자는 데이콤은 자사 고객만을 대상으로 우편조회를 하고 한국통신 가입자중 데이콤 가입을 원하는 사람은 별도 전화로 신청한다는 것. 비록 전화회사끼리는 합의를 했다고 하지만 이용자들은 왜 이 제도가 도입돼야 하고, 전화이용에는 어떤 편익이 뒤따를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그동안 이 제도가 전화회사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져 빈축을 산 면도 있어 사전선택제가 이용자들에게 어떤 혜택을 줄 것인지에 대해 특히 깊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전선택제가 왜 도입됐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실시될 것인지 짚어본다.

◇ 시외전화 사전선택제 왜 추진하나 = 정통부는 '이용자들의 편익증대와 공정경쟁 여건조성을 위해서' 사전선택제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데이콤이 시외전화사업을 시작하면서 경쟁체제가 도입됐다.

당시 정부는 한국통신에 081, 데이콤에 082라는 시외전화 식별번호를 각각 부여했다.

하지만 식별번호를 추가로 누르는 것은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끼치기 때문에 식별번호를 누르지 않는 방책으로 97년 하반기부터 사전선택제를 시행키로 했던 것. 그러면서 사전선택제 시행 때까지 한국통신에 한해 식별번호 사용을 유보시켰다.

대신 식별번호를 눌러야하는 데이콤 서비스의 경우 요금을 한국통신보다 낮게 책정할 수 있게했다.

때문에 '식별번호' 와 '싼 요금' 이라는 다른 조건으로 인해 두 회사의 경쟁은 불공정 요소를 안고 있었던 셈.

◇ 사전선택제 합의안 = 이번에 실시될 사전선택제는 우편투표와 전화신청 방법이 혼용된 방식이다.

우편투표는 데이콤 가입자들에만 적용된다.

데이콤은 10월 중순까지 전화 가입자들에게 최소 한차례 이상 가입신청서와 회송용 봉투가 포함돼 있는 우편물을 발송할 예정이다.

데이콤을 이용한 적이 없는 사람 중 우편물을 받고 싶은 경우에는 통신개발연구원과 한국통신.데이콤등이 함께 구성한 추진전담반에서 운영하는 콜센터 (Call Center) 로 전화를 걸어 신청하면 된다.

우편물을 받지 않았거나 우편물을 받아도 응답을 보내지 않은 사람은 모두 한국통신의 서비스를 받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간주된다.

대신 한국통신은 데이콤이 가입자를 모집하는 동안 고객유치 영업을 중단한다.

98년말 또는 99년초 사업을 시작할 제3사업자인 온세통신도 이같은 방식으로 자사 가입자를 모집하게 된다.

사전선택제 홍보비용과 콜센터 운영비용등은 한국통신과 데이콤이 공동으로 부담하고 데이콤 가입자 모집에 소요되는 비용은 데이콤이 부담한다.

◇ 이용자들에게 돌아갈 혜택 무엇인가 = 이용자들이 별도로 식별번호를 누를 필요가 없어진다고는 하지만 이는 데이콤 이용자에게만 적용된다.

따라서 이 제도 도입으로 이용자들에게 돌아올 혜택은 양사간의 동등한 경쟁여건이 조성됨으로써 요금인하.부가서비스 확대등이 뒤따를 것이라는 점이다.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을 벌이다보면 요금인하가 가속화할 것이고 각종 부가서비스가 개발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미 두 회사는 지난달 시외전화 요금을 인하 (한국통신 평균 9.3%, 데이콤 평균 4.9%) , 요금경쟁의 불을 당겼다.

◇ 남은 쟁점 무엇인가 = 국내 시외전화시장규모는 연간 2조1천억원대. 시장점유율이 1%만 차이나도 연간 2백억원 가량의 매출액 변동이 생기는 만큼 어느 회사건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승부다.

특히 현재 시장점유율이 매출액 기준으로 8%대에 불과한 데이콤이로서는 사전선택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남 은 쟁점중 핵심은 우편조회 대상인 데이콤의 고객 범위. 데이콤으로서는 우편을 한 통이라도 더 보내야 가입자를 늘일 수 있는 반면 한국통신은 우편량이 많을수록 불리할 수밖에 없다.

현재 매월 고정적으로 데이콤 시외전화를 사용하는 고객은 평균 2백80만명. 하지만 한 번이라도 데이콤 시외전화를 쓴 고객은 1천4백만명 수준이다.

따라서 데이콤으로서는 고객범위를 1천4백만 가입자로 주장하지만 한국통신은 이에 반대한다.

양사는 사전선택제 추진전담반을 통해 가능한 한 빨리 데이콤 고객범위를 정할 방침이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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