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 120년을 한눈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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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 1960년 대통령 선거 당시 자유당 지지를 촉구했던 기독교 포스터(上)와 시인 윤동주 생가에서 나온 십자가 문양 기와.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 초지1리의 아늑한 숲속에 있는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은 1년 평균 3000여명이 방문하는 작은 박물관이다. 그러나 소장품은 만만치 않다.

한영제(79) 관장이 50여년간 수집한 기독교 관련 물품이 10만점에 이른다. 여느 대학 박물관에도 뒤지지 않는 규모다.

문제는 전시 공간이 협소하다는 것. 3층 건물을 다 합해도 180평에 불과하다. 그래서 박물관 측은 묘안을 짜냈다. 소장품을 분류해 1년 단위로 기획전을 열기로 한 것이다.

개관한 해인 2001년의 '기독교와 한글'을 시작으로 '(북에) 두고 온 교회, 돌아갈 고향'(2002년), '초대 교회 신앙생활'(2003년)이 각각 열렸다.

요즘엔 '민족과 함께한 복음 선교 120년'이 열리고 있다. 1884년 6월 24일 미국 감리교 선교사 R S 메클레이가 고종 황제로부터 선교사업 허가를 받은 지 120년이 되는 올해를 기념해 한국 기독교의 역사를 총괄하는 전시를 마련한 것이다.

초기 한국 교회가 사용했던 성경에서부터 1970년 당시 서울의 교회 현황을 표시한 지도까지 총 100여점이 공개됐다.

일제시대 발행된 한국 최초의 크리스마스 실, 44년 평양에서 순교한 주기철 목사의 친필 편지, 민족 시인 윤동주의 북간도 명동촌 생가 지붕에 사용됐던 십자가 문양 기와 등 희귀 자료를 만날 수 있다.

또 33년 일본의 신사(神社).불교 사찰을 참배한 증표로 받은 기념 도장, 한국전쟁 중 서울에 진주한 공산군 환영 기독교 연합집회 안내 전단, 60년 대통령 선거 당시 기독교 측에서 만든 자유당 지지 포스터 등 기독교의 '부끄러운' 과거도 공개된다. 전시는 내년 봄까지. 031-632-1391.

이천=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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