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가 좋다] 승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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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움직이는 동물과 함께하는 거의 유일한 스포츠 승마. 최현이(24.여)씨는 이렇게 말했다. "말(馬)과 호흡을 맞추며 달리는 기분은 말(言)로 표현 못해요."

지난달 30일 아침 충남 태안반도 신두리 해안. 짙은 물안개 사이로 "투닥투다닥-" 거친 말발굽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경기도 화성의 남양승마장에서 새벽에 도착한 말들이다.

갈색 말 '캔버스'를 타고 달린 최씨는 "구름 위를 나는 것 같다"고 했다. 백사장과 옅은 바닷물을 내달리며 맞는 세찬 바람과 물보라, 그리고 말의 가쁜 숨소리와 말등의 격렬한 진동에 쌓인 스트레스가 확 풀렸다고 했다.

1년여 전 승마를 접한 최씨의 첫 외승(外乘.야외 승마)이다. 그는 인터넷 다음(daum)카페 '말 달리자' 회원이다. 지난해 3월 만들어져 한달에 두번 남양승마장을 찾는 모임이다. 20대에서 60대까지 회원수는 850여명. 동호회가 생긴 이래 두 번째인 이날의 외승에는 17명이 참여했다.

회원인 이병천(48.사진작가)씨는 오토바이광이었다. "언제부턴가 살아 숨쉬는 말을 타고 달리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그는 두달여 전 한국마사회 승마교육원의 무료강습에서 처음 말을 탔다. "말마다 개성이 달라 매번 느낌도 달라져요. 예측불허의 상황이 주는 스릴감도 좋고요."

탁 트인 해변을 만나선지 말들도 활기가 돌았다. 갈기를 휘날리며 줄지어 달린다. 갑자기 한 마리가 무엇에 놀랐는지 수백m를 질주하더니 백사장을 홱 벗어났다. 중심을 잃고 떨어진 엄경진(26.회사원)씨는 다행히 툭툭 털고 일어났다.

"고삐만 끝까지 놓지 않으면 다치지 않아요. 다리부터 땅에 닿게 되거든요." 동행한 교관의 설명이다.

그렇게 한시간여. 회원들의 등이 땀에 흠뻑 젖었다. "인마일체(人馬一體)라고 하죠. 말이 뛰면 사람도 뛰는 셈이에요." 5년 경력 김재현(41.학원장)씨의 말이다.

승마는 한시간 운동량이 3000칼로리쯤 된다. 성인 여자가 하루에 섭취하는 2300칼로리보다 많다. 기마자세는 평소 안 쓰던 근육을 쓰기 때문에 전신 발달과 자세 교정 효과가 있다. 온몸의 상하 진동은 자연스레 장(臟)과 골반을 운동시켜 변비와 요실금도 예방해 준다고 한다.

등높이 160cm 정도인 마상(馬上)은 생각보다 높다. 처음 올라탔을 때 기자는 마치 2층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말이 슬슬 달리기 시작하면 중심 잡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현재 5만명 정도인 승마 인구는 이런 매력에 빠져든 사람들이다.

승마는 타고 내리기, 그리고 출발과 정지가 첫걸음이다. 고삐를 바투 잡고 "쯔쯧"하면 움직이고 고삐를 당기며 "워-"하면 선다.

천천히 걷는 평보(시속 6㎞), 빨리 걷는 속보(시속 15㎞), 입문 후 40~50번쯤 타면 시도해봄직한 빠르게 달리는 구보(시속 24㎞)로 진도가 나간다. 서부영화에서의 질주 장면은 이보다 더 빠른 습보(시속 60㎞)에 해당된다. 외승은 구보 실력이 돼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강혜란 기자<theother@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마사회 교육원서 무료 강습]

한국마사회 승마교육원의 무료 강습이 가장 권위 있다. 평일반과 주말반이 연 5회 개설돼 있다.

국가대표 출신 등의 우수 교관들이 입문부터 중급까지 체계적으로 지도한다. 부상 등으로 퇴출된 경주마가 아닌 연습 전용으로 들여온 우수한 말들로 훈련한다. 오전.오후반 30명씩이 정원이나 신청자가 많아 경쟁률이 높다. 19일까지 마사회 홈페이지(www.kra.co.kr)에서 올해 3차 과정을 접수한다. 12세 이상 54세 이하 대한민국 남녀는 누구든 신청할 수 있다.

마사회가 아닌 일반 사설 승마장에서도 간단한 입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기초를 익힌 뒤에는 근교 승마장을 찾아가보자. 선수 출신 교관이 있는 곳에서 바른 자세를 지도받는 게 좋다. 또 확인해야 할 것이 보험 문제. 무허가 승마장을 이용하면 사고 때 낭패를 볼 수 있다. 정식으로 허가가 난 승마장은 상해보험 가입이 의무화돼 있어 최대 1억원까지 보상된다.

이용료는 마장마다 조금씩 다르다. 남양 승마장의 경우 평생회원제와 일일요금제가 있다. 평생회원은 가입비 200만원에 매달 30만원을 내면 365일 이용할 수 있다. 하루 단위 이용료는 5만원이고 10명 이상 단체는 30% 할인된다.

◇복장은 수칙대로=영화 '트로이'의 안장없이 말 타는 장면을 따라했다간 사타구니가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안장에 맨살이 부딪쳐 살갖이 헤지게 되는 반바지도 절대 금물. 꼭 끼는 청바지를 입으면 맨살 쓸림을 막을 수 있다. 승마모자는 내부가 단단한 플라스틱이어서 만약의 경우 머리를 보호해 준다. 승마 장갑 대신 목장갑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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