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논술 연구보고회 지상 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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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중앙일보와 교육부가 공동주최한 '제3회 중.고교생 논술 경시대회' 를 주관하고 있는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는 1일 시상식이 끝난뒤 호암아트홀에서 논술경시대회 결과보고회를 가졌다.

이 보고회에는 박갑수.우한용.김광해.김세균.김영식.백종현.송철의 서울대교수, 김영민 연세대 교수, 김홍규 고려대 교수, 박인기 인천교대 교수, 김창호 중앙일보 전문기자 등이 참석해 효과적인 논술 지도.공부방법 등을 발표했다.

결과보고회 발표 내용을 요약한다.

□ 논술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우한용 교수.서울대 국어교육 연구소 연구부장

논술은 제시된 문제에 대해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 해결하는 과정과 결과를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일상체험이나 독서경험이 동원되며 이러한 직.간접 경험을 논제 속에서 얼마만큼 자신의 문제로 일체화할 수 있느냐에 따라 논술의 성패가 좌우된다.

또 논술은 논리성.창의성등 사고능력을 배양하는 훈련이다.

모든 논리는 사실의 이치를 나타내는 사물세계의 논리와 언어논리 안에 존재한다.

언어논리는 논리학의 기본개념을 이해하는 것으로 족하지만 사실의 논리는 다양한 삶의 체험과 깊은 사고가 있어야 정확히 포착할 수 있다.

논리적 사고 습득에는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문제에서부터 우리 삶과의 연관성에 관심을 갖고 논리를 세워나가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첩경이다.

통념을 깨는 자세도 필요하다.

신선한 사고의 본질은 다시 생각하기, 뒤짚어 생각하기다.

창의적 사고는 역설이나 아이러니를 만들어 내는 단순한 기교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타성에서 벗어난 논리로 자신의 삶을 일구어내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새로운 사고가 가능하다.

논술 공부를 삶의 가운데로 이끌어 들이기 위해서는 논술이 고된 훈련을 통해서만 능력이 길러지는 것이라는 억압에서 벗어나야 한다.

평소의 의사표시 등 생활속에서 이뤄지는 논술에 주목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항상 문제를 발견하려는 시각을 갖고 모든 사물.사건이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연계적 사고를 습관화해야 한다.

이러한 자세와 더불어 지속적으로 정확한 언어사용 훈련을 해야 한다.

논술에는 왕도가 없다.

논술은 '써본 사람만이 쓴다' 는 말처럼 이론보다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

□ 교육현장에서의 논술지도와 평가

박인기 인천교대 교수

논술지도는 논술평가의 구인 (構因) 타당성을 살피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논술 평가의 구인타당성은 왜 논술을 교육적으로 중시하며 지도해야 하는가를 평가의 자리에서 되묻는 것이다.

논술평가 요소들은 크게 지식간의 생산적 교섭을 촉진하는 지식통합능력, 논리적.철학적 사유의 질을 포괄하는 전인적 인지력, 논리적.비판적 사고력 등의 고등정신능력, 능동적 학습전략 생성능력으로 대별된다.

논술학습은 단순히 지식을 기억해서 문장화하는 것이 아니라 앎.판단.인성을 총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때문에 논술학습은 학습전략을 글쓰는 이 스스로 개발할 수 있다.

앞으로 논술은 논술력과 함께 독해력을 중시하는 자료제시형 문제가 주류를 이루고 전공대학별 평가를 중시할 것이기 때문에 논술지도도 독해력과 논술력을 함께 키우고 전공과 관련된 심화된 주제들을 소화하는 쪽으로 논술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 논술 지도는 논리적 사고방식과 절차를 얼마나 잘 살려내는가에 초점을 뒀다.

일선학교에서는 논리적 오류를 범하지 않는 논리전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 결과 내용없이 사고의 형식, 즉 외형에만 치중한 논술이 양산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풍부한 지적 정보와 그것에 기반을 둔 지적판단이 중요한 관심으로 대두될 것이다.

교육현장에서는 논제와 관련된 개념지도를 학생들이 그릴 수 있게 하고 동원 가능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 배열하는 훈련, 논술의 전체 내용의 '정면' 과 '종심' 을 스스로 파악하는 훈련도 좋은 방법이다.

논술문제를 스스로 만들어 상호비판.토의케 하거나 자기 문체의 특성을 스스로 파악하게 하는 기회를 줘보는 것도 좋다.

□ 논술이 왜 필요한가

김창호 중앙일보 전문기자

논술은 지금까지의 암기위주의 지식 교육을 '창조적.종합적인 사고와 지식' 을 기르는 교육으로 바꾸는 데 필수적이다.

명확하고 논리적인 의사표현 능력은 고교 교육과정에서 길러진다.

외국의 고교에서는 이러한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토론식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입시도 대체로 자신이 가진 지식을 창조적으로 종합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논술로 치뤄지며 대학수업도 대부분 세미나 혹은 토론식으로 진행된다.

이에 비해 우리는 파편적 지식을 암기해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교육도 대부분 일방적 강의로 이뤄진다.

간혹 있는 토론식 수업에서도 토론은 활발하지 않다.

이런 풍토에서 창조적 지식생산은 불가능하다.

논술은 또 사회를 합리화 시키는 역할을 한다.

우리 사회는 논리적으로 상대방을 설득시키기보다 물리력으로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는 것이 관행이다.

논술은 폭력 대신 사회적 동의를 가능케하는 수단이다.

외국에는 저마다 사회적 갈등을 물리력이 아닌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독특한 방식이 있다.

일본은 엄격한 예절훈련으로, 독일이나 프랑스는 토론교육으로 자율적이고 책임있는 주체를 길러낸다.

토론은 자신의 주장에 대해 정당한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타인의 동의를 구하는 일종의 합의 과정이다.

토론에 참여한다는 것은 주제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열어놓고 그 결론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것을 전제한다.

논술은 바로 자율과 책임을 내면화함으로써 사회를 합리화하는 수단이다.

정리 = 홍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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