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사망 관련 도마위에 오른 영국언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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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누가 다이애나를 죽였는가.

다이애나의 비극적인 죽음을 둘러싸고 전 영국이 슬픔에 빠진 가운데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간 책임 소재를 놓고 영국 언론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다이애나의 오빠인 찰스 스펜서 백작은 지난달 31일 다이애나의 죽음이 "충분히 예상됐던 일" 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녀를 죽게한 언론은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어떻게 할 것인가" 라고 묻고 나섰다.

이날 런던 버킹엄궁 앞에 모인 조문객들은 취재중인 기자들에게 "뉴스페이퍼 (신문)가 아니라 토일렛 페이퍼 (화장지)" 라고 원색적인 공격을 퍼붓는등 언론에 대한 반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다이애나의 처참한 최후를 찍은 사진기자가 미화 1백만달러를 요구했다는 소문이 나돌자 미국의 내셔널 인콰이어러지 편집인 스티브 코스는 전세계 신문.잡지가 문제의 사진을 불매하는 운동을 벌이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파파라치를 포함, 언론들의 비윤리적인 활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은 언론이 자율적으로 취재원의 사생활을 보호토록 하고있어 프랑스와 같은 엄격한 사생활보호법은 존재하지 않으나 다이애나의 비극적인 사고를 계기로 보다 강력한 사생활 보호대책 수립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영국 하원 언론위원회의 로저 게일 부의장 (보수) 은 "다이애나의 죽음은 언론의 과도한 사생활 침해결과" 라고 비난하면서 "이번 사건은 과도한 언론의 힘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장치 마련의 필요성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또 로저 스콧 하원의원 (노동) 도 "영국뿐 아니라 유럽차원에서 사생활보호에 관한 법률을 강화해야할 것"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런던 = 정우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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