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찬호선수의 병역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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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화체육부가 박찬호선수 등 예체능 특기자의 병역특례 적용범위를 확대해달라는 요청을 국방부에 제출하자 국방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박찬호선수의 경우 공익근무요원으로서 병역특례를 받을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병역의 형평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대통령후보 아들의 병역시비가 일파만파의 파동으로 번진 지금 또 다른 특례를 만들어 형평성을 깨뜨려서는 안된다는 점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러나 박찬호선수의 병역문제를 계기로 형평의 원칙이 어긋나지 않는 범위안에서 새로운 선례를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음을 우리는 주장하는 것이다.

문제의 병역법시행령 49조는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 올림픽게임 3위 이내 입상자만 병역특례자로 규정하고 있다.

시대변화를 생각지 않는 도식적인 적용이다.

국위선양을 한 선수에게 선수로서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시간적 여유를 준다는 것이 법정신이다.

박찬호의 경우 올림픽 금메달 이상의 국위선양을 하고 있다.

아마추어는 되고 프로는 안된다는 기준도 구시대적 발상이다.

왜 박찬호인가.

그는 새 시대 젊은이들의 우상이다.

학력과 고시가 출세의 가도라는 고정관념을 깬 새로운 성공 모델이다.

이만하면 국위선양에 새로운 사회발전 모델까지 제시한 공로를 살만하다.

무조건 그를 병역면제로 풀어주자는게 아니다.

그가 충분히 선수로서 활동할 수 있게끔 먼저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2000년말까지 연기해주고 그기간중 병역특례 적용범위에 대해 새로운 논의를 해보자. 박찬호만이 아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빌게이츠와 맞먹는 세계적 천재도 다방면에서 나올 수 있다.

여론이 들끓으면 봐주고 가만 있으면 그냥 가는 식이어서는 안된다.

공식심의기구를 상설해 관계부처의 선별적 추천을 받아 엄격한 심의과정을 거치는 장치를 둬야 한다.

바둑 천재 이창호가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한 선례도 있다.

제도적 장치로서 우리의 세계적 천재들이 중단없이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지금부터 논의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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