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노태우 사면 본격 공론화…大選주자들 건의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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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두환 (全斗煥).노태우 (盧泰愚) 두 전직대통령의 사면론이 정치권에서 본격 제기됐다.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대표가 4일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전직대통령의 추석전 사면건의를 할 방침이 전해진 가운데 국민회의 김대중 (金大中) 총재는 지난달 30일에 이어 1일 다시 사면론을 제기했고, 조순 (趙淳) 민주당총재도 이에 동조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의 전권사항" 이라고 전제, "이회창대표가 4일 회동때 공식 건의하면 검토할 것" 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당국자는 "金대통령은 역사 바로세우기의 명분을 퇴색시키지 않으면서, 李대표의 대통합 의지를 적절히 평가하는 수준에서 결정할 것" 이라면서 "따라서 李대표의 건의를 받아들이되, 사면시기.방식은 나에게 맡겨 달라는 식으로 金대통령이 대답할 가능성이 크다" 고 전망했다.

그는 "金대통령은 자신이 임기내 푼다는 결자해지 (結者解之)에다 대선 전략에 활용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지키면서 여론 수렴을 통한 국민적 동의 여부, 당사자들의 개전 (改悛) 의 정등을 살펴 판단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그런 점에서 추석전 사면은 어렵다는 느낌도 든다" 면서도 "그러나 金대통령의 결단 사항이므로 아직 시기를 속단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여야 대통령후보들의 이같은 입장표명이 대선을 앞둔 정략적 태도변화라는 지적과 함께 일부 정치권과 사회단체들이 사면론에 반발해 金대통령의 최종 결정이 주목된다.

정치권의 일부 관측통들은 전직 국가원수의 실형 (實刑) 유지상태가 계속되는 것은 국가적 수치이므로 金대통령이 정치권의 일치된 건의를 받아들여 빠르면 추석전 사면을 단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추석이 10여일 밖에 남지 않아 시기적으로 추석전 문제해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全.盧씨가 유감표명을 하지 않은 상태이며 그들에 대한 비자금 추징작업등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등이 조기사면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대중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방송의 '대통령후보와 함께' 란 생방송프로에 출연해 "잘못한 사람이 사과하지 않는다고 해서 용서하지 않으면 보복으로 보일 수 있다" 고 조건없는 사면을 거듭 표명했다.

자민련도 이날 간부회의에서 "金대통령 임기전 사면은 바람직한 일" 이라고 기존의 입장을 확인했다.

조순민주당총재도 이날 외신기자회견에서 "그들의 사면이 바람직하다고 늘 생각해왔다" 며 "과오는 인정하지만 새로운 시대의 국민화합을 통한 국가발전과 나라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사면돼야 한다" 고 강조했다.

趙총재는 그러나 "추석전 사면은 정략적 냄새가 난다" 고 지적했다.

한편 全.盧씨측은 이날 공식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박보균.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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