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포르노상 '삐끼'와의 흥정 (실제상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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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25일 오후 4시5분. 청계천 세운상가 2층 계단을 올라서자마자 20대 초반의 사내가 접근했다.

속칭 '삐끼 (호객꾼)' 다.

"비디오.CD롬, 다 있다.

좋은 걸로 주겠다." 며 유인.

- 우리나라 연예인 것도 있느냐.

"있다.

모델판 (알려진 여배우등이 출연하는 포르노 테이프) 도 많다."

- 누구누구 것 있나.

"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거리며) 다 있다.

일본에서 찍은 것도 있고, 옛날 배우 것도 있다."

- L모 유부녀 탤런트 것도 있나.

" (옆에 있던 20대 후반 사내가 끼어든다) 그건 물건이 크다.

한 세트에 6백만원이다.

잘 해줄테니 하나 들여가라. "

- 너무 비싸다.

"원래 그렇다.

웬만한 모델판도 50만원은 줘야 한다."

- 사가는 사람들이 많은가.

"신용카드로 사가는 사람들도 있다.

36개월까지 해준다."

- '빨간 마후라' 는 있나.

"있다. 20만원이다. "

- 한달전에 5만원에 샀다.

"그때는 물량이 많을 때라 그랬을 것이다.

20만원도 싸게 부른 거다."

- 요즘도 찾는 사람 많나.

"하루에도 너댓명씩 된다."

- '빨간 마후라' 2편도 있다던데.

"있다.

20만원 줘야 한다."

- 내용은. 애들 나오나.

" (머뭇거리며) 1편과 비슷하다."

(10여분간 값을 놓고 실랑이를 벌임. 지갑을 먼저 보자며 돈부터 받으려고 함. 20만원 이하는 화질보장이 안된다고 함. 결국 8만원으로 결정. )

- 내용을 확인하자.

"안된다.

이거 불법이다.

비디오 놓고 방 만들고 하면 걸린다.

내용 보장할테니 가져가라. "

- 내용이 다르면 교환해 줄 건가?

"물론이다."

(기다리라고 한 뒤 비디오 가게로 들어가 테이프를 바지춤에 감춰가지고 나타남. 봉투에 넣은 후 "옷에 숨겨서 나가라" 고 주의를 줌. )

다음날 (26일) 오후 4시.

- 이럴 수 있느냐. 만화영화 테이프다.

이런 걸 누가 8만원씩 주고 사느냐?

" (별일 아니란 듯이) 그러냐? 돈 조금 더 써서 20만원짜리 해가라. 18만원에 주겠다."

- '빨간 마후라' 2편이 있기는 한가.

"돈만 되면 준다.

좀더 쓰라. " (다시 가격을 놓고 실랑이. 15만원에 주겠다고 함. )

- 돈이 없다.

교환만 해달라

"알았다 (동일한 장소로 가서 테이프를 가지고 옴) ." (확인 결과 역시 '로보트 태권 V' 만화영화 테이프 임. )

오후 4시40분

- 너무한다.

" (머뭇거리며) 지금 있는 돈만 쓰라. 15만원만 내라. "

- 자꾸 속이는데 어떻게 믿나?

"이번엔 틀림없다.

카드로 구입해라. "

(다시 가격놓고 실랑이, 결국 2만원 더 줘 10만원에 결정)

- 이거 확인하자.

"안된다."

- 명함 하나 달라.

"불법이라 명함 안만든다.

요즘 단속이 심하다.

오늘 특히 이상하다." (3번째 테이프 역시 '빨간 마후라' 와는 무관. 아시아 여성이 출연한 음란물. 화질이 형편없고 말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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