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작 & 상영작] 미모는 피부 한 꺼풀에 불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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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 2
감독 : 켈리 애즈버리
주연 : 마이크 마이어스.카메론 디아즈.에디 머피
장르 : 애니메이션 등급 : 전체 관람가
20자평 : 3년은 너무 길다. 1년에 한편씩 '슈렉'을 만들어라! 만들어라!
홈페이지 : (www.shrek2.co.kr)

늪지에 사는 초록 괴물 슈렉이 돌아왔다. 이번에도 1편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로 끝나는 모든 동화를 비틀어댄다.

용이 지키는 첨탑에 갇힌 피오나 공주를 구하러 프린스 차밍은 사막을 지나고 혹한을 견뎠건만, 이미 슈렉이 선수를 친 뒤다. '잘생긴 왕자가 미녀 공주를 구해 아기 낳고 잘살았다'로 끝났어야 할 동화의 결말이 어그러졌으니 보통 큰 일이 아니다. 사실 큰 일이라고 느끼는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대표하는 '슈렉 2'의 일부 등장인물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괴물 슈렉과 못생긴 피오나 공주는 너무나 행복했다. 커플룩 수영복을 입고, "나 잡아봐라"하며 벌판을 뛰어다니고 수시로 키스를 해대는 '닭살' 부부다. 그러나 피오나 공주의 친정 부모인, '겁나 먼' 왕국의 왕과 왕비가 무도회 초대장을 보내오면서 이야기가 달라진다. 왕과 왕비는 오랜만에 만난 딸이 아름답게 성장했으리라, 공주를 구한 기사도 당연히 멋진 남자라고 지레짐작했던 것이다. 여기에 겁나 먼 왕국을 다스릴 욕심을 가진 요정 대모가 자신의 아들 프린스 차밍을 피오나와 짝 지워주기 위해 술수를 쓰고, 요정 대모에게 닦달을 당한 왕은 괴물을 해치우는 선수라는 자객 '장화 신은 고양이'를 슈렉에게 보낸다. 피오나의 지위라는 문제가 끼어들면서 찰떡궁합이던 슈렉과 피오나의 사이에 이상신호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1편과 동일하다. 피부 두께에 지나지 않는 미모는 사랑과 행복의 필요 조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전하는 방식은 1편보다 더 화려해졌다. 겁나 먼 왕국은 미모 지상주의의 할리우드를, 겁나 먼 왕국의 거리는 명품으로 도배한 로데오 거리를 본떴다. 또 왕국의 경찰들이 슈렉 일당을 잡아넣는 장면은 미국의 인기 프로그램 '캅스'를 흉내냈다. 흉악범들을 검거하고, 그 자리에서 몸을 수색해 마약을 찾아내는 장면 등은 범죄마저 오락으로 삼는 현실을 비꼬는 셈이다. 어찌됐든 한편의 뮤지컬처럼 흥겨운 노래들도 흘러나오고,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목소리 연기를 한 '장화 신은 고양이'같은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슈렉 2'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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