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하루 못넘긴 '18세 음주·흡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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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가 이 사회의 미래를 담당할 청소년 관련정책을 결정할 때는 어떤 방향으로 청소년문제를 풀어나갈지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그런데 지난 28일 "청소년의 음주.흡연 허용연령을 만18세 이상으로 조정할 것" 이라고 발표해놓고 하루만에 번복해버린 행정쇄신위원회의 태도는 과연 청소년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행쇄위의 변 (辯) 은 국민정서상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이 필요해 최종결정을 늦췄다는 것이다.

물론 청소년의 음주.흡연문제는 사회 각계각층의 입장과 국민적 정서를 충분히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행쇄위는 이처럼 민감한 사안을 여론수렴도 제대로 않은채 졸속으로 처리했다는 잘못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사실 이번 행쇄위의 음주.흡연 연령 조정안은 사회의 관행과 법률간의 충돌을 막기위한 의도에서 만들어졌다.

고등학교 졸업후 직장이나 대학에 가게되면 이미 성인으로 간주해 음주나 흡연을 인정하는 것이 현실이다.

현실과 관행을 무시한 법률은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많은 국민들을 범법자로 만들 뿐이라는 점에서 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

또 미성년자보호법과 식품위생법 (20세 미만) , 풍속영업규제에 관한 법률과 청소년보호법 (18세 미만) , 국민건강증진법 (담배판매금지 19세 미만) 으로 법마다 다른 청소년의 음주.흡연금지 연령을 통일하는 문제는 법체계의 정비차원에서도 필요한 일이다.

미성년자 보호법으로는 위반이 아닌데 청소년 보호법으로는 위반이 된다면 국민들은 어느 법을 따라야할지 혼선을 일으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행쇄위의 의도를 나무라는게 아니다.

문제는 행쇄위의 결정과정이다.

날로 늘어가는 청소년의 음주.흡연을 조장하는게 아닌지, 유흥업소 취업연령을 18세 이상으로 조정할 경우 문제는 없는지, 미성년자의 연령을 20세 미만으로 해야하는지 아니면 18세 미만으로 해야하는지에 대한 종합적 검토가 부족했다는 점은 지적돼야 한다.

행쇄위의 이번 유보결정이 사회단체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시간벌기가 아니라 진정한 의견수렴과 청소년정책 전반에 대한 고민을 거치는 기간이 될 것을 기대한다.

채병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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