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19개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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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미국 재무부가 자산 1000억 달러(약 150조원) 이상인 19개 대형 은행에 대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다. 불황이 더 심해질 경우 은행들이 자력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가려내는 모의 실험이다. 견디기 힘들다는 결과가 나온 은행은 민간이나 정부의 지원을 받아 자본을 늘리도록 할 방침이다.

25일(현지시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등에 따르면 재무부는 4월까지 스트레스 테스트를 마치기로 했다. 이 테스트는 올해와 내년에 경제성장률이 -3.3%를 기록하고, 실업률은 올해 8.9%에 이어 내년엔 10.3%로 높아지며, 주택가격은 2년간 22% 떨어진다는 가정 아래 실시될 예정이다. 지난해 성장률 1.3%, 올 1월의 실업률 7.6%에 비해 훨씬 악화된 시나리오다.

이런 상황에서 각 은행들이 얼마나 손실을 입을지를 계산해 보는 방식이다. 파산 위험이 있다는 결론이 나오면 미국 금융 당국은 6개월 안에 자본을 확충토록 할 방침이다. 부실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채권 발행이나 증자를 통해 민간에서 투자를 받아보고, 이걸로 모자라면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할 때는 언제든지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우선주를 사기로 했다. 나랏돈으로 보통주를 매입해 당장 민간 은행을 국유화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은행 국유화는) 국가에 이롭지 않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테스트에서 가정한 올해와 내년 성장률·실업률이 너무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신용연구소 크레딧사이츠의 데이비트 헨들러는 “정부는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상당히 희망적인 성장률·실업률 수치를 기준으로 삼았다”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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