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발표 오익제씨 월북 동기·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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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안기부는 28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오익제 (吳益濟) 씨의 월북은 북한 대남공작에 의한 '유인 입북' 이라고 규정하고 지금까지 수사에서 드러난 입북 경위와 동기를 발표했다.

◇ 월북 동기 = 안기부는 吳씨의 월북을 최근 황장엽 (黃長燁) 씨 망명사건으로 위기감이 고조된 북한의 '맞불작전' 으로 보고 있다.

즉 노동당비서를 지낸 黃씨에 비해 함량은 떨어지지만 천도교 교령과 평통 자문위원, 국민회의 고문을 지낸 吳씨를 입북시켜 선전에 이용할 경우 黃씨 망명으로 인한 내부의 충격을 어느정도 감소시킬 수 있다고 계산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기부는 이와함께 吳씨의 개인적 사정도 월북을 결행한 배경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93년 10월 북한 천도교 유미영 (柳美映) 중앙지도위원장을 통해 북에 있는 가족들의 사진을 받아보고 이들을 만나고 싶은 개인적 욕망이 간절해지던 차에 교령 재임중 횡령비리로 인해 교단에서 축출되는등 개인적 입지도 흔들렸기 때문이다.

과거 천도교 교령을 지내고 월북한 최덕신 (崔德新.89년 사망) 씨도 월북후 조선천도교 중앙위원장을 지낸바 있어 넘어만 가면 출세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吳씨의 월북을 부추겼을 수 있다.

◇ 월북 경위 = 吳씨의 월북에는 재미 북한 공작원 김충자 (金充子.55.여).김운하 (金雲夏.59) 씨 부부와 유미영 중앙지도위원장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

金씨 부부는 93년 6월 吳씨와 첫 접촉 직후 吳씨로부터 천도교 신자의 방북 주선을 부탁한다는 편지와 함께 북한 주민 접촉 신청자 11명의 명단을 받은 일이 있으며, 유미영은 95년 1월 吳씨에게 "북반부에 있는 부인과 딸은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다" 는 편지를 보내는등 꾸준히 월북을 유인해 왔다는 것이다.

吳씨는 월북 2개월전부터 경기도화성군에 있는 임야를 팔고 은행돈을 인출해 3억2천만원이라는 거금을 조성하며 치밀하게 준비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지난 3일 미국으로 출국한 뒤 6일간 체류하면서도 국내의 부인에게는 물론 LA에 사는 딸에게도 전혀 알리지 않는등 철저히 보안을 유지했다.

그는 10일 베이징 (北京)에 도착한 뒤부터는 북한대사관 인근 호텔인 '국안빈관' 에 투숙하며 북한 공작조직과 입북절차를 협의한 후 15일 열차편으로 평양에 도착했다.

그가 5일간이나 베이징에 체류한 이유는 월북 시기를 8.15 범민족대회에 맞추려는 북한 당국의 의도 때문이라는게 안기부의 분석이다.

안기부는 吳씨가 24일 "남조선 당국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곳에 올 수 없었다" 며 '기획입북설' 을 주장하는등 앞으로 가족상봉.고위인사 접촉.기자회견등을 통해 대남 비방의 소재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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