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들 ‘명품 서비스’ 경쟁 … 아랍메뉴 … 발레파킹 … 호텔 뺨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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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병원들이 ‘의료대전’에 나섰다. 경기침체에도 병상을 늘리면서 차별화된 의료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대형 병원들의 이런 전략은 5월부터 허용되는 해외환자 유치와 증가하는 암 진료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강남성모병원은 다음 달 23일 ‘서울성모병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1200병상 규모의 새 병동을 개원한다. 기존의 850병상을 더하면 2050병상이 된다. 규모 면에서 아산·삼성·신촌세브란스병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것이다. <관계기사 10면>

영동세브란스병원도 다음 달 1일 ‘강남세브란스’로 개명한다. 병원은 이미 발레파킹(대리주차) 서비스까지 내놓으며 ‘명품 의료’를 표방하고 나섰다. 조우현 병원장은 “고객들이 전문화되고 질 높은 서비스를 원하고 있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4월 암센터(750병상)를 개원해 총 2700병상 규모를 갖추게 된다. 암센터에서는 ‘4명의 의사가 한 명의 환자를 한 진료실에서 진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내과·외과·방사선과 등 관련 의사들이 모여 환자의 상태를 체크한 뒤 수술을 할지, 항암치료를 할지 종합적인 결론을 내린다는 것이다. 센터장을 맡을 이규형(혈액내과) 교수는 “의사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진료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미 652병상 규모의 암센터를 개원한 삼성서울병원은 심혈관이미징센터·당뇨병센터 등 주요 질환에 대한 치료센터를 올해 속속 개원한다.

일부 대형 병원은 중동 지역 국가의 환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도 벌이고 있다. 건국대학교병원은 지난해 말 아랍 음식을 직수입해 평가회를 열었다. 12가지의 음식 중 소·양·닭고기는 전통적인 이슬람식 도살법으로 처리된 것을 직수입했다. 평가는 중동 출신 유학생들이 맡았다. 건국대학교병원은 두바이에서 열린 의료박람회에 참가해 병원 홍보 부스를 차리기도 했다.

신정은 국제협력팀장은 “중동인들은 자신들을 테러리스트로 보는 서구보다 아시아를 선호한다”며 “아랍 부호를 겨냥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해외 환자의 치료 전 과정을 일대일로 돕는 전담 코디네이터를 육성 중이다. 영동세브란스병원은 재미교포가 입원할 경우 수술 일정 등을 최우선으로 잡아 치료 기간을 단축시켜 주는 ‘패스트 트랙’ 협정을 지난해 미주 한인회와 체결했다.

이충형·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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