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안동댐 물로 상수도 공급” 경북 “방류 줄면 낙동강 더 오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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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가뭄 속에 곳곳에서 ‘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먹겠다는 인간적 욕구가 그 발단이다. 남강댐(진양호) 물을 두고 부산과 경남도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와 경북도가 안동댐 물을 놓고 갈등을 빚을 조짐이다. 9년 전 백지화됐던 영월댐 건설이 재론되고, 인천시는 바닷물을 먹는 물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한다.

 “깨끗한 상수도 원수(源水)를 확보하려면 안동댐 물을 끌어올 수밖에 없다.”(대구시)

“낙동강의 수량이 줄어 오염이 심해지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경북도)

상수도 취수원을 낙동강에서 안동댐으로 바꾸기로 한 대구시의 결정을 놓고 대구시와 경북 지역 도시들이 미묘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는 시민에게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수돗물 취수원을 안동댐으로 옮기기로 하고 25일 국토해양부에 이를 건의했다. 대구는 현재 250만 시민에게 공급하는 하루 수돗물 78만t 중 80.8%인 63만t을 낙동강에서 취수하고 있다.

대구의 방안은 안동시 안동댐∼대구시 달성군 매곡정수장 구간 171㎞에 지름 2.4m의 취수관로를 낙동강변을 따라 묻어 하루 60만t의 물을 끌어오겠다는 것이다. 2010년 착공해 2014년 완공 예정이며, 사업비는 8320억원으로 추산된다.

취수원 이전은 지난달 1, 4-다이옥산 파동이 계기가 됐다. 낙동강에서는 1991년 페놀 오염 이후 94년 벤젠·톨루엔 오염, 2006년 퍼클로레이트 검출 등 환경 오염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김대묵 대구시 건설방재국장은 “상류에 구미공단 등 유해물질 배출업소가 있는 것이 문제”라며 “안동댐 취수 외에 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북 지역의 다른 도시들과 환경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안동댐에서 낙동강으로 방류하는 물이 줄면 수질이 떨어져 먹는 물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안동댐과 임하댐은 하루 평균 260만t의 물을 낙동강으로 흘려보내고 있다. 대구시가 취수를 시작하면 방류량의 23%가 줄어든다. 이에 따라 낙동강 물을 상수도 취수원으로 사용하는 경북 상주·구미시와 고령군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대구시의 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경북도 우덕윤 수질보전과장은 “안동댐 취수는 낙동강 물의 양을 줄이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월댐 다시 거론=겨울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는 강원 남부 지역의 일부 주민이 2000년 백지화된 영월댐 건설 문제를 다시 들고 나왔다. 영월·평창·정선군 등 동강 유역 3개 군 주민들로 이뤄진 ‘영월댐 수몰지역 주민특별대책위원회’는 25일 “정부가 가뭄 해결과 수자원 확보를 위해 영월댐을 건설한다면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영월군에 전달했다. 특위는 “영월댐 건설과 관련된 행정에 협조하고 환경·시민단체의 개입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1990년대 영월댐 건설 논란 당시에도 댐 건설에 찬성했던 주민들이다.

이번 영월댐 건설 문제는 국토해양부가 수립하고 있는 ‘한강권역 유역종합치수계획’에서 비롯됐다. 국토부는 영월군 영월읍 거운리에 있는 영월댐 건설 예정지 약 2㎞ 상류에 거운홍수조절지 건설 계획을 세워 지난해 12월 강원도의 의견을 물었다. 유역 면적 2262㎢의 거운홍수조절지는 백지화된 영월댐 2365㎢보다 약간 작고 사업비가 적을 뿐 2억t의 홍수조절용량은 같아 사실상의 영월댐인 셈이다.

강원도와 영월군은 일부 주민이 요구하는 댐 건설 추진은 ▶생태환경 파괴 ▶안정성 문제 ▶주민 간 갈등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건설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국토부에 전달한 상태다.

◆인천 담수화 계획=인천시는 2014년까지 바닷물에서 하루 5만t의 식수를 생산하는 ‘해수 담수화’ 설비를 완성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물 부족 사태에 대비, 상수원을 다변화하기 위해서다. 한강 수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인천은 현재 수돗물 원수의 70%를 일반 댐용수보다 4배 가까이 비싼 수도권 광역용수에서 공급받고 있다.

이찬호·정기환·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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