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공인구가 기가 막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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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3월 5∼9일·일본 도쿄)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한국과 일본 야구계가 대회 공인구 때문에 시끄럽다.

이번 WBC에 사용되는 공인구는 미국 롤링스 제품으로,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쓰는 공이다.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 공인구보다 약간 작고 가볍지만 표면이 미끄럽고 실밥이 덜 도드라졌다.

이로 인해 투수가 손가락으로 실밥을 확 채는 느낌이 떨어져 커브나 직구가 주무기인 선수들은 불평을 쏟아낸다. 특히 이 공을 던져본 투수들이 많은 미국·도미니카공화국·멕시코 등 북중미 국가들에 비해 한국·일본 등 아시아 선수들에게는 불리한 조건이다.

미국 하와이에서 전지훈련 중인 한국 대표팀 투수들은 공인구 적응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묵직한 직구를 구사하는 김광현(21·SK)과 오승환(27·삼성) 등은 “실밥이 손가락에 걸리는 맛이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일본도 공인구에 대한 고민은 마찬가지다. 일본 대표팀의 주축 투수인 다루빗슈 유(23·니혼햄)는 24일 오사카에서 열린 호주 대표팀과 평가전에서 선발 1과3분의2이닝 동안 2안타·2볼넷·1사사구를 내주며 1실점했다. 다루빗슈는 “(WBC 공인구로 던지니) 구속이 나오지 않았다. 커브는 아예 못 던지겠다”고 푸념했다.

일본은 자국 리그에서 ‘미즈노150’을 공인구로 사용한다. 국제야구연맹(IBAF)이 주관하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도 미즈노 공을 쓴다. 때문에 WBC 공인구는 일본 선수들에게 상당히 낯설 수밖에 없다. 일본은 2006년 제1회 WBC 때도 “공인구가 미끄럽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한국 프로 리그에서 2년 전까지 WBC 공인구와 비슷한 공을 썼다는 것이다. 또 국내에는 공인구가 4종류이기 때문에 낯선 공에 대한 적응력이 일본 투수들보다 나은 편이다. 류현진(22·한화)과 봉중근(29·LG)은 “공이 미끄러워 오히려 체인지업을 던지기에는 편하다”고 말해 대표팀 관계자들에게 위안을 주고 있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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