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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한마디에 뉴욕증시 반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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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금융 당국자의 말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하락장에서 반발 매수세가 형성될 때쯤 투자자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한마디’를 해주면 시장의 흐름이 크게 바뀌는 경우가 있다. 이번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그 역할을 했다.

버냉키 의장은 24일(현지시간) 미 상원 금융위원회에 나가 대형 은행들의 국유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경제가 더 나빠져 추가손실이 일어날 때나 검토할 만한 사안”이라며 “지금 국유화를 공식화해 은행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민·관 파트너십에 만족하고 있으므로 은행의 최대주주가 되려 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행 국유화에 따른 금융시스템의 능률 저하 등을 걱정해온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발언이다. 그는 대신 씨티그룹 등 자산가치가 1000억 달러가 넘는 19개 대형 은행에 대해 건전성 검사인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후 우선주 형태로 자금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경기에 대해서는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았다. 버냉키는 “무엇보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이루지 못하면 경기 침체가 올해 안에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는 “정부·의회·FRB가 금융안정을 이루는 데 성공하면 경기는 2010년부터 회복하게 된다는 게 합리적인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은 주가 상승으로 화답했다. 얼어붙은 소비자신뢰지수 등 각종 악재 탓에 추락하던 다우지수는 이날 236.16포인트(3.3%) 상승했다. 6일 만의 반등이다. 버냉키 발언과 시장에서의 기술적 반등세가 동시에 작용한 셈이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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