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날마다 뛰는 달러값 기업마다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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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유공 외환팀은 지난 19일부터 달러 시세가 가파르게 오르자 외환시장이 개장되는 오전9시30분부터 무조건 달러를 사들인다.

다음날 가격이 당일 가격보다 비싸게 형성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빨리 사들이는게 상책이란 판단에서다.

유공은 그간 금융당국이 '1달러 = 9백원선' 을 방어해줄 것으로 믿고 수출대금으로 들어오는 달러를 외화예금에 넣지않고 팔았고, 선물환거래도 자제해왔다.

하지만 25일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9백선이 붕괴되자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위기다.

유공은 연간 40억달러 규모의 수입대금을 결제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하루 3천만~4천만달러가 필요하다.

환율이 1원만 올라도 하루에 앉아서 3천만~4천만원이 고스란히 날아간다.

올 상반기에도 수백억원의 환차손 (換差損) 을 입어 경영타격을 받고 있는 판에 최근의 달러급등세는 여간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수출대금으로 들어오는 달러화를 외화예금에 넣어두는 것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국내 기업들은 금융시장 불안등의 여파로 환율이 처음으로 9백원대에 들어서는등 급등세를 보이자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올해 예상환율을 상반기에 수정한데 이어 또다시 수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대우는 올들어 달러 강세로 대부분의 동구지역 국가에서 대우차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체코화는 연초 대비 25~30%, 슬로바키아 (슬로바키아 크론) 도 20%정도 평가절하돼 대우차 현지 판매가격이 급등했다.

대우차의 달러화 결제와 달리 경쟁업체인 유럽 자동차업체들은 대부분 화폐가치가 안정된 마르크나 프랑으로 결제해 판매가격 변동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에 따라 대우 현지법인은 결제통화를 달러 아닌 마르크로 바꿔주도록 본사에 요청했고, 김우중 (金宇中) 회장은 이를 바꾸도록 지시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그간 일본에서 달러화로 구입하던 물품을 엔화로 바꾸고 기존의 달러표시 채무를 마르크등 다른 통화로 바꾸고 있다.

국내업계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해 7월 '사내 선물환제도' 를 도입한 ㈜선경의 경우 지난해 30억원의 환차익을 낸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이와 비슷한 규모의 환차익을 냈다.

이 제도는 내부적으로 정해놓은 선물환 가격에 따라 일선 영업부서와 외화자금 부서간에 선물환거래를 하는 것으로 영업부서의 환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일부 기업은 앞으로 환율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고 달러사재기에 나서 환율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에서 적정환율을 9백5원선으로 생각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원화절하 (원화가치 하락) 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분위기가 우세한 편. 따라서 기업들의 심리적인 불안요인을 정부가 안정시킬 수 있느냐가 향후 환율변동의 관건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환차손 비상 = 특히 외화표시 부채가 많거나 수입비중이 높은 정유.해운.항공업체들은 환차손을 줄이는 일이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동원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12월결산 상장법인 가운데 은행을 제외한 5백55개사의 올 상반기중 환차손이 2조9백억여원에 달했는데 이런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LG정유 관계자는 "원유대건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환차손 비상 = 특히 외화표시 부채가 많거나 수입비중이 높은 정유.해운.항공업체들은 환차손 (換差損) 을 줄이는 일이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동원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12월결산 상장법인 가운데 은행을 제외한 5백55개사의 올 상반기중 환차손이 2조9백억여원에 달했는데 이런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LG정유 관계자는 "원유대금과 시설투자에 따른 외화차입으로 환차손이 많이 난다" 며 "금융거래를 하지만 이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으며 따라서 정유업계는 환차손을 원가에 전가시켜 가격을 올리는 것" 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도 "환율이 오르면 외국돈을 빌리기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항공기 도입및 시설투자가 문제된다" 며 "그러나 외환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하는데 한계가 있다" 고 주장했다.

◇ 대책 = 대우경제연구소의 한상춘 (韓相春) 국제경제연구팀장은 "환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는 중소기업등을 대상으로 환위험보험제도를 도입하고 '환위험 관리기금' 을 마련해 기업들이 대외거래에서 환차손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고 주장했다.

신원식 (申元植) 무역협회 이사는 "앞으로 환율은 정부가 섣불리 개입해 억지로 막을 경우 또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시장에 맡기는게 바람직하다" 며 "가만 내버려둬도 9백원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많다" 고 전망했다.

박의준.고윤희.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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