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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외국상공인 초청 좌담회]금융위기 - 좌담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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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영철 = 한국 경제는 지난 2분기에 6.3%의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을 기록해 인플레 우려도 없다.

경상수지적자도 축소되고 있으며, 97년 전체적으로 6%의 GDP성장이 예상된다.

이처럼 어떤 기준으로도 문제가 없는데도 한국 금융산업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어떤 요인들이 현재의 위기를 만들었다고 보는가.

▶비모스키 = 기본적으로 거시경제가 문제없다는 것은 동의한다.

그러나 근본적 구조조정과 변화가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모든 기업이 정부에 너무 크게 의존해 기업 본연의 문제는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특히 부채비율이 너무 높아 위험한 수준이었지만 방치해 뒀고 결국 현금흐름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일본과 미국의 경우 국제적 부동산 가격침체등 외부적 영향을 받았지만 한국은 국내적인 문제가 더 강하다.

▶브라운 = 금융위기설이 너무 과장되고 있다.

과도기에 있는 한국에는 산업구조가 전반적으로 문제다.

한국의 발전은 산업분야에 집중됐고 금융부문은 부수적이었다.

금융기관은 대기업에 돈을 떼어 본 적이 없어 담보나 채권확보가 부실했고, 경제력이 너무 집중되다보니 변혁기에 약점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박영철 = 우리의 위기가 미국.일본보다 위험하고 심각한가.

▶브라운 = 단순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시장에 대한 전망은 밝다.

또한 상당한 확신을 갖고 있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전체 금융시스템보다 개별 금융기관에 대한 걱정이 크다.

▶오가사와라 = 삼성.현대.LG등 대기업의 경영은 여전히 정상적이다.

모든 기업이 위기라고 말할 수는 없다.

▶박영철 = 금융위기에 초점을 모아보자. 일부 시중은행과 종금사가 위기를 맞고 있으나 시스템 전체가 위기에 직면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일부 기업의 위기를 일반화할 수 없는 것이다.

▶브라운 = 외국인들은 어느 누구도 한국 금융시장에서 부실채권의 정확한 규모가 얼마인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같은 점이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모스키 =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상황이 위기는 아니지만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구조조정이 조속히 일어나지 않으면 정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박영철 = 불투명성과 불확실성에 대해 불만인데, 어떤 나라도 부실채권의 규모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다.

또 인원감축.자산매각등 자구노력이 진행중인 한국금융기관에 대한 평가기관의 재평가 움직임을 어떻게 보는가.

너무 성급한 것 아닌가.

제일은행등 주요은행의 등급하향 움직임은 적정하다고 보는가.

▶브라운 = 자산건전성.부채비율등 각종 지표의 악화가능성을 따져보는 것은 신용평가기관의 고유업무다.

투자자는 평가기관의 정보를 토대로 투자를 결정한다.

신용평가기관들은 개별기관의 신용등급 변화를 투자자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비모스키 = 국제적 평가기관은 매우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본다.

개별 금융기관의 신용상태를 객관적으로 보는 기본적인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다.

▶오가사와라 = 일본의 경우도 몇년전 트리플 A (AAA) 를 받았지만 지금은 더블A (AA) 이하를 받는 경우가 많다.

한국기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것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박영철 = 평가기관의 객관성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정부가 금융기관들의 해외차입금 상환에 문제가 없도록 보장한다고 발표하지 않았는가.

왜 평가기관이 이 말을 믿지 않는가.

▶브라운 = 지급이 가능한 은행과 불가능한 은행의 신뢰도는 천차만별이다.

사람들은 금융기관간의 차별화를 원한다.

▶박영철 = 그렇지만 한국의 주요 시중은행이 모두 감시대상에 오른 것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브라운 = 금융기관의 대출이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는 문제도 크다.

4~5개 주요 그룹이 문제가 되면 일부 은행의 경우 위기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대출자산이 분산돼 있다면 더욱 유동성이 클 것이다.

▶박영철 = 그건 동의한다.

그렇지만 20여개 대그룹은 매우 정상적이다.

대출집중이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획기적인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용등급 조정은 한국의 기업.금융기관.정부를 모두 극도로 위축시키고 있다.

▶비모스키 = 당장의 등급평가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평가기관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기관의 불건전여신 관리가 부적절했던 것은 사실이다.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향상시켜야 한다.

▶브라운 = 그 메시지는 금융개혁을 계기로 더욱 가속화돼야할 것으로 본다.

▶박영철 = 그렇다면 평가기관이 금융개혁의 속도에 관심이 있단 말인가.

▶브라운 = 그렇게 볼 수 있다.

평가기관들은 한국 금융기관들의 금융자산이 시장원리에 의해 적절히 분산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박영철 = 어느나라나 어느정도의 자산배분 불균형은 있다.

한국은 이제 세계 11번째 경제대국이다.

국제회의에 가면 언제든지 한국의 경제성장은 기적이라고 한다.

금융개혁이 잘못된 자산배분을 바로잡는 문제라고 보지는 않는다.

기아그룹 문제 처리로 주제를 옮기자.

▶오가사와라 = 김선홍회장은 9월말 이전에 사임해야 한다.

이 상황이 9월말까지 해결되지 않거나 부도방지협약이 연장되면 채권기관의 불안감이 가중돼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비모스키 = 개별기업 문제를 말하기는 뭣하지만 세가지 측면에서 보자. 정부와 주거래은행이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대책을 세우고, 둘째로 기업인수.합병 (M&A) 시킬 것인지 회사를 쪼개 팔건지등 구조조정의 계획을 분명히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합병의 여건이나 장치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영철 = 정부가 오늘 (25일) 유동성 문제.종금사 문제.제일은행 지원등의 조치를 내놓았다고 한다.

이 조치들의 효과를 어떻게 전망하나.

▶브라운 = 이번 조치로 금융기관의 수익성이 다시 회복되고, 유동성.자산건전성등 세가지 측면에서 정상화가 조기에 실현돼야 한다.

아무튼 근본적인 한국금융의 문제는 오랜 금융관행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문제의 핵심은 얼마나 빠른 시간안에 이같은 문제가 개선될 것인가다.

▶박영철 = 한국은 그동안 5~6개 산업에 경쟁력을 집중시켜 왔다.

이에 따라 실물부문에 비해 은행의 경쟁력이 다소 뒤처진 부분도 있다.

이들 은행은 어떻게 해야하나. ▶비모스키 = 우선 향후 전개될 다양한 시나리오를 예측해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고, 전문가로 팀을 구성해 정확한 진단을 거쳐 전략적 의사결정을 한후 결정사항을 빨리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영철 = 미국의 경우 부실은행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나. ▶브라운 = 우선 문제의 실상을 정확히 평가하고 난 다음 행동에 들어간다.

합병을 비롯해 점포폐쇄.자산재구성.부실자산 매각등으로 이어진다.

▶박영철 = 한국 종금사와 일부 은행의 문제를 다뤄보자. 비효율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무엇으로 보는가.

▶브라운 = 직원의 보직이동이 너무 잦다.

따라서 업무의 연속성이 끊어진다.

또 너무 많은 계층이 있어 의사결정이 늦고 인력이나 지점도 너무 많아 효율저하를 가져온다.

▶박영철 = 기아문제등에 한국정부가 시장에 개입을 자제하는 것을 적절하다고 보는가.

▶브라운 = 개별기업 문제에 대해 정부가 개입을 자제하는 것은 옳다고 본다.

다만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 개입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정리 =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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