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북한대사 미국 CIA 본부로 갈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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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파리 = 이재학.배명복 특파원]미국은 26일 (현지시간) 국무부의 정오 정례 브리핑을 통해 장승길 이집트 주재 북한대사 일행의 망명신청 사실과 함께 이들에 대한 미 정부의 망명수락 방침을 밝힐 방침이다.

미국의 고위 외교소식통은 25일 이같이 밝히면서 장대사 가족 일행의 미국 망명 신청과 미국내 체류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이 소식통은 장대사 일행 6명이 지난 22일 미국에 입국해 정보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이미 이같은 사실을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정부와 뉴욕 주재 북한대표부에도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파리의 한 믿을만한 소식통은 장대사와 장승호 참사관 가족 일행의 미국행 경로에 대해 이들이 22일 파리 샤를르 드골 (CDG) 공항에서 합류, 곧바로 미 유나이티드 항공 (UA) 편으로 워싱턴으로 직행했다고 말했다.

장대사 형제는 미 정보당국의 주선으로 카이로와 파리에서 각각 미국 입국비자를 발급받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대사 부부는 22일 새벽 일찍 공관을 빠져나와 동행한 미 정보요원과 함께 같은날 오전8시 (현지시간) 프랑스항공 (AF) 8003편으로 카이로를 출발, 오전11시40분 CDG 2공항에 도착했으며 통과여객용 차량편으로 CDG 1공항으로 이동한뒤 곧바로 낮12시55분발 (發) 워싱턴행 (行) UA 915편에 탑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형인 장참사관 가족 일행은 이미 같은 항공편에 탑승, 동생부부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장참사관 가족 일행은 이날 오전 파리시내 거처를 출발, CDG 공항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출국수속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장대사 형제 일행은 워싱턴 시간으로 22일 오후 워싱턴 인근 랭글리에 있는 미중앙정보국 (CIA) 본부로 옮겨져 건강체크와 함께 조사를 받고 있으며 현재 캐나다에 머무르고 있는 장대사의 아들 철민군도 장대사 일행과 조만간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고위 소식통은 이들은 지금까지 미국내 정착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정으로 미루어 장대사 일행의 망명은 치밀하게 준비돼 왔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의 정보당국이 사전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앞서 프랑스의 AFP통신은 프랑스 정보소식통을 인용, 장참사관 가족 일행이 22일 프랑스를 벗어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25일 보도했다.

그러나 UA 파리사무소는 장대사 일행의 UA 915편 탑승여부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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