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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선봉을 가다]上.獨 베를린자유大 박성조교수 르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독일 베를린자유대 경제학과 박성조 (朴聖祚.62) 교수가 북한의 나진.선봉지역을 다녀왔다.

독일국적의 朴교수는 지난 7일 중국 옌볜 (延邊)에서 개최된 동북아평화포럼에 참석한 후 미국.일본.독일.영국.중국등의 포럼참석자 20여명과 함께 8~9일 이틀동안 북한안내인 (감시원) 없이 자유롭게 나진.선봉지역을 자세히 둘러보았다.

朴교수가 체험한 현지 르포를 2회에 나눠 싣는다.

북한에 들어가기전 중국여행사를 통해 여행경비로 1인당 5백달러를 지불했다.

이 경비에는 호텔숙박비.식대.현지안내비등이 포함돼 있었다.

북한방문때는 원칙적으로 북한측이 마련한 차량과 운전사및 안내인을 쓰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이번 방북 (訪北)에서는 중국에서 전세낸 운전사와 차량을 사용하도록 허가받았다.

또 차량의 길안내를 위한 북한측 선도차량외에 안내인이 따라붙지 않아 행동이 자유스러웠다.

특히 여행중 사진도 마음껏 찍도록 허락해 줬다.

8일 오후1시쯤 일행은 일제 도요타승합차 1대와 한국제 그레이스승합차 2대에 나눠 타고 방북길에 올랐다.

중국.북한 국경인 투먼 (圖們) 을 통과해 오후4시쯤 북녘땅에 들어서자 대기중이던 북한측 선도차량이 길을 안내했다.

나진.선봉까지 56㎞는 북한지도에 포장도로로 표시돼 있으나 실제로는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였다.

이 정도 거리면 한국에서는 1시간도 채 안 걸릴 터인데 거의 3시간이 소요됐다.

북한땅에 들어서자 1천여평 되는 밭이 시야에 들어왔다.

밭에는 열댓 명의 일꾼이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실제로 일하는 사람은 두 사람뿐이었고 나머지는 누워 있거나 앉아 담배를 피고 있었다.

동행한 조선족안내인의 설명에 따르면 대다수 북한일꾼들이 쉬고 있는 것은 일할 기력이 없어서라고 했다.

하루 한 끼도 충분히 먹지 못하니 당연하다는 투였다.

길모퉁이에서 걷는 것이 힘들어 보이는 한 여인을 차에 몰래 태워 줬다.

이 여인은 영양실조 탓인지 병원에 몇 개월 입원한 환자 같이 비쩍 말라 있었다.

그러나 옷차림은 깨끗한 편이었다.

나이는 30대 후반이었고 13세.9세 된 자녀를 두고 있었다.

남편은 농장에서 일한다고 했다.

이 여인은 "통행증이 있느냐" 는 물음에 "없다" 고 대답했다.

그녀에 따르면 나진.선봉지역이 특별자유경제무역지역으로 선정되면서 통행증 없이 다니는 것이 허용된다고 했다.

이 여인에게 옥수수와 포도를 주니 먹지않고 재빨리 가방에 집어 넣었다.

"왜 안 먹느냐" 고 물었더니 "잘 먹지 않다 갑자기 먹으면 배탈이 난다" 는 대답을 했다.

이날 온종일 그녀가 먹은 것은 아침에 풀과 소금을 섞은 옥수수가루가 전부라고 했다.

여인과의 대화가 잠시 끊어진 사이 차창밖으로는 옥수수밭이 펼쳐졌다.

그러나 키가 1 이상 니는 것이 허용된다고 했다.

이 여인에게 옥수수와 포도를 주니 먹지않고 재빨리 가방에 집어 넣었다.

"왜 안 먹느냐" 고 물었더니 "잘 먹지 않다 갑자기 먹으면 배탈이 난다" 는 대답을 했다.

이날 온종일 그녀가 먹은 것은 아침에 풀과 소금을 섞은 옥수수가루가 전부라고 했다.

여인과의 대화가 잠시 끊어진 사이 차창밖으로는 옥수수밭이 펼쳐졌다.

그러나 키가 1m 이상 자란 옥수수대에 옥수수가 붙어 있는 것이 하나도 없어 이상했다.

동승한 북한여인에게 이유를 물으니 물과 비료를 제대로 주지 못해서라고 했다.

밭의 한편에는 '쌀은 공산주의다' 라는 구호가 적힌 간판이 서 있었다.

옥수수밭에 웬 쌀타령인지, 쌀이 왜 공산주의인지 이해가 안돼 북한여인에게 물으니 "평소 눈여겨본 적이 없어 모르겠다" 고 대답했다.

이 여인은 겉보기에 배운 것 없는 시골아낙 같았으나 한국 개신교계와 일부 실업가가 주축이 돼 설립된 옌볜과기대가 나진에 분교를 세운다는 소식까지 알고 있는등 비교적 세상소식에 밝은 편이었다.

북한의 식량난과 관련해 이 여인은 "요즘 나진.선봉지역에는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다" 면서 "부모들이 마지막 남은 식량을 자식에게 주고 자신들은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 고 했다.

때문에 나진에는 이런 사정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을 수용하는 고아원을 따로 세운다고 했다.

이 여인은 자신의 이웃에도 자식을 두고 죽은 부모들이 몇 사람 있어 그들이 남긴 고아들을 돌보는 것이 큰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나진.선봉으로 가는 도중 정유공장과 화력발전소를 지나치게 됐다.

옛 소련이 세워 준 정유공장은 가동이 완전히 중단된 상태였다.

원유공급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소는 이달초부터 25% 정도 가동되고 있다고 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KEDO)에서 기름을 지원해 줬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진.선봉지역의 전기사정이 조금 나아졌다고 했다.

정리 =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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