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국제화 실속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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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95년 7월 출범한 민선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세계도시로서의 위상 제고' , '동북아 경제권역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중심지역의 하나로 육성' 등 의욕적인 목표를 내세우며 앞다퉈 국제화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각 지자체가 추진해온 국제화가 요란한 구호에 비해 실속이 없다.

각 지자체의 국제화가 어디까지 왔는지 검검해 본다.

◇ 실태 = 지자체들이 가장 활발하게 추진해온 국제화의 대표적인 사업은 자매결연. 전국의 지자체가 민선 출범후 지난 2년여동안 추진해온 외국 지자체와의 자매 결연은 1백16개 광역.기초 자치단체에서 모두 2백53건. 상대는 미국.일본.중국등 3개국 자치단체가 전체의 68.8%로 지역적 편중이 심하다.

이처럼 자매결연에 치중한 결과 자치단체장의 상호방문에만 그치는 경우가 많고 시장 개척등에는 큰 성과가 없어 행사비나 관계자 방문.초청 비용등에 예산만 낭비하는 셈이다.

95년이후 지난 상반기까지 외국의 8개 지역과 자매결연을 한 경기도는 올하반기에 8개국 8개 지역과, 내년에는 케냐 나이로비주를 비롯한 10개지역등 18개 지역과 자매결연을 할 계획. 18개월동안 월평균 한건씩 자매결연을 해 나간다는 이런 계획이 과연 현실적인 것인지 의문이다.

제주도청의 한 사무관은 "민선이후 단체장들이 자매결연사업과 해외시장개척이라는 명분하에 나들이가 잦아지고 있으나 식사하고 사진이나 찍는 것이 고작일 때가 많다" 며 "전시성 행사 때문에 예산만 낭비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고 의문을 제기했다.

경제교류 분야는 해외사무소 개설.해외시장개척단 파견.해외공단 해외전시관 설치.합작투자등 다양한 교류를 펴왔으나 양측의 현실을 잘 따져 보지도 않고 의욕만 앞세운 추진으로 실속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청주시가 지난5월 개최한 97연길 - 청주상품전, 일본 야마나시현 관광물산전등은 서로 경비도 건지지 못해 형식적인 행사만 치렀다는 평가다.

인천시의 인천천진무역센터 설치는 성사에 필수적인 중앙정부의 지원문제도 매듭짓지 않은 상태에서 계획부터 발표한 경우. 무려 1천7백10억원을 들여 중국톈진 (天津) 시에 2000년 12월까지 51층으로 건립을 추진한다고 인천시가 밝힌 이 무역센터는 재정경제원의 예산지원 난색으로 백지화될 위기에 놓여있다.

◇ 전문인력 양성문제 = 민선시대 초기부터 국제화를 서둘러온 서울시만 해도 지난 4월에야 처음으로 통상분야 전문가 2명을 채용하는등 사전준비없이 국제교류 사업부터 추진했다.

부산시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28차례에 걸쳐 공무원 4백49명을 유럽.미주.동남아등에 단기연수를 보냈고 지난해엔 1천42명이 선진국을 시찰했다.

그러나 대규모 인원의 단기 해외어학연수및 2~3주 정도의 관광성 해외시찰이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었는지 의문과 함께 인력과 예산의 낭비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 정순구 (鄭淳九) 국제교류과장은 "국제교류 관련업무를 담당하는 실무부서에서 2장짜리 영문편지도 번역을 해달라며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고 하소연했다.

◇ 관계자 의견 = 김수진 (金壽鎭) 충남도 기획관리실장은 "지자체들의 국제교류및 협력은 제도.여건.주변 환경등의 제약으로 일반적인 친선교류에 더 치중하는 딱한 실정" 이라며 ▶지방공무원의 국제화마인드 수행능력의 제고를 위한 해외연수 ▶지역발전과 연계한 국제화의 장기비전의 수립 ▶신속한 국제정보와 자료수집 능력의 제고등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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