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국서 돈 안 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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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은행들이 3월 결산을 앞두고 한국에 대한 대출을 줄이거나 자금을 회수하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여권은 지난해 12월 이후 이 문제를 놓고 일본 정부 및 금융계와 비공식 접촉을 해 왔으며, 최근 일본 은행들이 한국에서 돈을 빼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내용은 국제금융센터 주최로 25일 열리는 한·일 국제세미나(글로벌 금융위기와 한·일 금융협력)에서 일본 측 참석자들이 직·간접적으로 표명할 예정이다. 세미나엔 우리 쪽에서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과 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이, 일본 측에선 다케시타 와타루 재무성 부장관과 오바 도모미쓰 일본국제금융정보센터 이사장 등이 참석한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24일 “민간 은행들의 문제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선언을 하거나 협약을 맺기는 어렵지만 일본 은행들이 한국에 대한 대출을 줄이지 않기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 재무성 부장관이 한·일 금융협력을 다루는 세미나에 참석하는 것은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일본의 한 대형은행으로부터 한국에 대한 여신을 늘리기는 어렵지만 줄이지는 않도록 협의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은행에 물어보면 일본 자금 때문에 어려운 것은 없다고 할 것”이라며 “일본과는 그만큼의 협조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 1분기 중 만기가 되는 일본계 자금은 19억8000만 달러로 그리 많은 액수는 아니다. 하지만 외환위기 당시 일본 은행들의 대규모 자금 회수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선례 탓에 시장에선 일본계 자금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에 따라 여권은 일본 자금이 이탈하지 않도록 일본 금융당국과 은밀한 접촉을 벌인 것이다.

상황도 맞아떨어졌다. 때마침 일본의 대형은행들은 증자 등을 통해 자기자본을 넉넉하게 확충해 놓았다. 한국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일본 은행들은 한국 시장에서 자금을 빼 가지 않기로 했고, 우리 쪽은 비공식적으로 이런 방침을 확인했다고 실무 접촉을 이끈 여권 관계자는 전했다.

KB투자증권 주이환 선임연구원은 “ 일본 측이 자금을 회수하지 않는다고 약속한다면 위기설의 실체가 없다는 사실을 더 확실히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렬·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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