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우리 단지는 전기 만들어 쓰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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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아파트 단지가 지향하는 목표가 ‘웰빙과 친환경’이었다면 이제는 ‘청정과 경제성’이다. ‘공원 같은 아파트’를 지향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에너지를 자체 생산해 깨끗한 단지를 조성하는 데로 발전하는 것이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결과는 ‘경제성 향상’으로 나타난다. 관리비 부담이 줄어 주택 수요자들도 반긴다. 경기침체기를 맞아 ‘청정아파트’는 소비자의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연구개발 넘어 상용화 단계=청정아파트 개발은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수년 전 시작됐다. 고유가에 따른 관리비 증가와 급변하는 환경규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분양 촉진을 위해 시장을 선점하고, 브랜드 가치를 키우려는 의도도 있다. 대형 건설업체의 경우 개발비로만 연간 70억~100억원을 쓴다. 대림산업 환경연구지원팀 원종서 과장은 “깨끗한 단지를 지향하면서도 비용 절감까지 하는 아파트 단지 개발이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청정단지 개발은 택지개발사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토지공사는 평택소사벌지구를 신재생에너지 시범도시로 개발한다. 이 도시가 완성돼 태양광·태양열 설비를 이용하면 연간 석유 1700TOE(석유 1t에 해당하는 에너지 환산 양)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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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체들이 적용하는 기술은 태양·바람·지열 등을 이용한 청정에너지 생산이다. 이미 상용화됐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4월 분양한 울산 유곡동 e-편한세상을 시작으로 효율을 기존 단지보다 30% 정도 끌어올린 아파트를 공급하고 있다. 단지 내 가로등은 태양열발전시스템으로 켜고 자체 개발한 단열재·3중유리 시스템 등으로 효율을 높인 것이다.

삼성물산도 경기도 용인시 동천동 동천래미안 등 전국 15개 사업장에 지열 냉·난방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공사 중인 서울 서초동 반포힐스테이트에 태양광발전 시스템 등을 넣는다. 금호건설은 서울 한남동 한남더힐에 폐열을 이용할 수 있는 소형 열병합발전 시스템을 구축한다. 열병합발전기로 전기를 생산해 각 가정에 보내고, 발전기에서 나오는 폐열을 이용해 일부 시설에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것이다.

◆비용 절감 효과는 입주자 몫=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될까. 단지에서 자체 생산한 에너지 사용량이 전체의 10% 정도다. 사용 공간도 공동시설 등으로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주자들의 관리비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확실하다. 삼성건설에 따르면 지열 냉·난방 시스템, 태양열발전 시스템 등이 들어가는 동천래미안의 관리비 절감 효과는 연 3억3000만원 정도다. 동천래미안 김동유 소장은 “입주자들이 관리비를 가구당 연 13만원 정도 덜 낸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반포힐스테이트 태양광발전 시스템은 10만6920㎾h의 전기를 만든다. 전기료로 치면 연간 3000만원, 가구당 1년에 8만원 정도 아낄 수 있다. 대림산업은 냉·난방비와 전기요금을 기존 아파트보다 30% 정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업체들은 분양 촉진 효과도 기대한다. 현대건설 상품개발실 김현수 부장은 “비슷한 입지의 아파트라면 관리비가 덜 드는 단지가 인기를 끌 것”이라며 “기술 개발에 많은 돈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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