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재연 프로에 어린이 출연 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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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방송위원회는 지난 3월 지상파 방송 3사의 뉴스.생활정보 프로그램을 분석한 뒤 "상당수 범죄 보도가 선정적으로 다뤄지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잔인한 범행이나 폭력 장면을 여과 없이 내보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린이에 대한 인권보호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방송사들의 이런 행위가 원천적으로 제한된다. 방송위는 16일 인권 및 어린이.청소년 보호 등을 대폭 강화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개정 입법예고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 안은 20일간의 입법예고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거친 뒤 오는 9월 초 시행된다.

입법예고안은 우선 범죄.자살 재연 프로그램의 어린이 출연을 금지하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성폭력.유희의 대상으로 묘사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범죄 피해 상황에 대해 인터뷰하는 것도 제한하고 있다.

또 본인 몰래 녹음 또는 촬영을 해 방송하는 것을 금지한 '사생활 보호' 조항에서 '흥미를 목적으로'라고 돼 있던 문구를 삭제했다. 보도.교양.시사 프로그램에서도 이른바 '몰래 카메라'에 의한 인권 침해가 크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이 안은 정신적.신체적 장애인에 대한 '조롱금지' 조항에서도 '장애인'을 '차이'로 바꿨다. 단어 하나지만 의미는 크게 다르다. 얼짱.몸짱 등의 용어가 판치는 세상에서 일반인의 외모에 관한 조롱.차별도 금지하겠다는 취지다.

입법예고안은 또 범죄에 관한 내용을 다룰 때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폭력.살인.자살 등이 직접 묘사된 자료화면을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한편 방송위원회는 방송사 자율심의를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심의규정 제60조(제재조치)의 '경고''주의' 조치를 삭제한다고 밝혔다.

방송위 관계자는 "행정지도라는 취지와 달리 방송사에 대한 타율규제의 상징처럼 여겨져 삭제를 결정했다"며 "앞으로 시청자에 대한 사과, 방송 중단 등 '법정 제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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