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후유증 극복 어떻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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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학교 중 가장 먼저 겨울 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한 서울 은석초등학교생들이 방학 과제물로 만들어 온 연을 직접 날려보고 있다. [중앙포토]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아들(8)을 둔 최윤정(41·경기 남양주) 주부는 새 학기를 앞두고 걱정이 많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기에 방학 동안 아이의 생활·학습관리에 신경을 못 썼기 때문. 아들은 자정 넘은 시간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는 습관이 일상화돼 버렸다.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에서 깬다. ‘개학 뒤 아이가 제대로 일어나 학교에 갈 수 있을까’ ‘공부 시간에 집중은 할까’가 그의 가장 큰 고민이다. 새 학기가 1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내 아이의 방학 후유증을 걱정하는 건 최씨만의 일이 아니다.

흐트러진 생활리듬 찾기

방학 동안 불규칙한 생활을 해온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학교 시간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생활리듬을 찾아주는 것이다. 우선 새 학기 시작 전까지 정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는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 파주 송화초 김은영(34) 교사는 “개학 직후에는 지각하는 학생이 많고 집중력 저하로 학습효율이 떨어진다”며 “개학 전까지 취침·기상 시간을 정해 수면리듬을 회복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후 10시 이후에는 TV 시청이나 게임, 과격한 운동 등 자극적이고 흥분될 만한 일을 자제시켜야 한다. 김 교사는 “아이의 수면 유도를 위해서는 불 끄는 시간을 정해 꾸준히 지켜나가야 한다”며 “한번 정한 규칙은 예외없이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학 동안 늦게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었거나 야식이 몸에 밴 아이들은 개학 후에도 잘못된 식습관 때문에 위장 장애를 호소한다. 지금부터라도 시간에 맞춰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배고프지 않다” “입맛이 없다”며 투정을 부린다고 밥 대신 간식을 주거나 식사시간이 아닐 때 밥을 먹게 해서는 안 된다.

학교 공부에 대한 흥미 찾기

새 학년 교과과정은 지난 학년에서 배웠던 내용을 확장·심화하는 부분이 많다. 학기 초 배우는 기본 개념들이 지난해 배운 내용과 올해 배울 내용의 가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때 학습흐름을 놓치면 1년 내내 고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교과서를 외우라고 강요하면 아이에겐 오히려 거부감만 생긴다. 방학의 나른함에 익숙해진 아이들을 공부시키기 위한 첫 단계는 ‘동기 부여’와 ‘흥미 유발’이다.

와이즈멘토 조진표 대표는 “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만화·영화·책 등을 골라 활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저학년은 신화나 전설, 삽화가 많은 만화책을 통해 ‘공부도 재미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준다. 고학년에겐 인물 중심의 이야기 책을 통해 롤 모델을 제시하는 게 효과적이다. 교육방송에서 방영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엄선해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방학 동안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은 ‘다 아는 건데’라고 생각해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이에게 “아는 내용도 수업시간을 통해 다시 들으면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식으로 학교 수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다.

새 학년에 올라가 공부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눈에 보이는 목표’를 정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첫 시험 평균 90점 달성’ ‘하루 영어단어 10개 암기, 수학 10문제 풀기’처럼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도록 한다. 그런 다음 ‘목표를 달성하면 놀이동산에 데려가겠다’는 식으로 보상을 약속하면 동기 부여에 큰 도움이 된다.

최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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