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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에 불만” “전봇대 뽑아라” … MB, 달변 아니지만 핵심 찔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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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이명박 정부 1년의 명암은 이 대통령의 입을 통해 구체화됐다. 그의 언어는 정부가 처한 상황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하고 홍보하는 수단이었다. 달변은 아니지만 폐부를 찌르는 MB식 화법의 첫 희생양은 공직사회였다. “머슴인 공직자가 국민보다 늦게 일어나서야 되겠는가.” 취임 보름 만에 터져 나온 호통에 공직자들은 기상 시간을 앞당겨야 했다. ‘새벽 5시 기상, 성인이 된 뒤 4시간 이상 자본 적 없다’는 대통령이었다.

“얼리 버드(Early bird)만 효율이 높으냐”는 반발도 일었다.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치켜세웠다가 “희생 준비가 안 된 공무원은 위기 극복의 방해 요소”라 다시 조이는 밀고 당기기 화법은 여기서 터득한 결과였다.

경제위기는 이 대통령의 말을 위축시켰다. 747 성장 공약(7% 성장, 4만 달러, 세계 7위 경제대국)도 계속 바뀌었다. “7% 성장 공약은 10년 장기 목표를 갖고 비전을 제시한 것, 올해 달성할 수는 없다”(2008년 4월 27일 재정전략회의)로 변하더니, “경제성장률을 4%대로 수정하고 있다”(7월 7일 교도통신 등 합동인터뷰), “2009년엔 플러스 성장이 목표”로 움츠러들었다. 임기 초부터 ‘위기’를 자주 언급하던 이 대통령이었지만 정작 위기가 임박해서는 오히려 “어려움은 있지만 위기는 없다”(2008년 9월 9일 대통령과의 대화)로 자신감을 보였다. ‘9월 위기설’을 두려워하는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일주일 뒤 세계 4위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붕괴로 시작된 금융위기 쓰나미로 머쓱해지고 말았다.


쇠고기 파문과 촛불시위는 큰 전환점이 됐다.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 않겠다”고 대운하 포기 선언을 한 것도 이때다. 새 정부의 금과옥조인 ‘법질서와 원칙’도 이때 흔들렸다. 특히 대국민 담화에서 “청와대 뒷산에 올라 시위대의 함성과 아침이슬을 들으며, 국민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다”는 대목이 특히 논란이 됐다. 일부 보수층은 ‘유약하다’며 등을 돌렸다. 이는 촛불시위의 후유증에서 벗어나면서 다시 법과 원칙 드라이브를 거는 계기가 됐다.

1기 수석진을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 불렀던 이 대통령의 말이 무색하게 취임 4개월도 되기 전 수석 전원이 ‘대통령을 잘못 모셨다’며 사표를 썼다. 네티즌이 만든 조어 ‘강부자’‘고소영’이 국민적 유행어가 됐다.


남북관계에 관한 한 이 대통령의 언급은 일관성을 유지했다. “북한은 비난으로 덕 본 습관이 있는 것 같다” “때론 기다리는 것도 전략” “60년 분단기간 중 1년간 경색된 건 있을 만한 일”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남북관계를 정당하게 출발시키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대통령이 된 이상 국내엔 경쟁자가 없다. 있다면 외국 지도자들”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먹함은 풀리지 않았다. 그래도 지난달 방송토론에서 “(박 전 대표와) 바깥에 알려진 만큼 서먹서먹한 관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서승욱·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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