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81세에 딸 낳은 앤서니 퀸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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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과 사랑, 그리고 만족스러운 행복감’. 최근 해리스 인터액티브란 여론조사 기관은 성과 삶의 만족도가 직결된다는 사실을 발표해 주목을 끈다. 13개국 39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생활이 만족한 사람은 가정·경제·직업 등 일상의 삶에 대해 67~87%가 만족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은 10~26%만이 일상의 삶에 만족했다고 답했다. 풍요로운 삶을 상징하는 성과 행복감은 어떤 형태로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유명인의 성과 삶 =전설처럼 사실처럼, 남성성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역사적 인물은 토머스 파(1438~1589)다. 스코틀랜드 농부였던 그는 80대에 1남1녀의 아버지가 되고, 120세에 45세 부인과 재혼해 죽는 날까지 성생활을 즐기며 해로했다는 기록이 있다.

평균 수명을 훌쩍 넘은 노년기 사랑 이야기는 유명 인사의 삶을 통해서도 전해진다. 80세에 10대 소녀에게 연정을 느꼈다고 고백한 독일의 문호 괴테, 81세에 태어난 딸을 자랑스레 안고 다니며 젊은 아내와의 사랑을 과시했던 명우 앤서니 퀸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성(異性)을 향한 사랑과 성욕은 남녀노소의 구별이 없다. 실제 의학적으로 지병 없이 건강한 노인은 남녀 모두 80~90대에도 성생활이 가능하다. 다만 남성은 발기까지 시간이 길어지고, 성기 자체의 크기와 강직도가 감소된다. 또 여성은 질이 건조해지면서 분비물이 감소한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노화로 인해 근력이 떨어져도 조금 천천히 산을 오를 뿐 여전히 등산을 즐기듯, 노후에 성생활을 그만두라는 신호는 아니다.

◆"사랑을 하면 삶이 달라진다”=사랑에 대한 욕구는 영원한 것일까.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였던 A씨(86·남). 80대에 들어서면서 차츰 기억력이 떨어지고 엉뚱한 말을 해 병원을 찾은 결과 ‘초기 치매’ 진단을 받았다. 바쁜 가족들은 A씨의 일상을 돌봐주는 중년 여성을 고용했다. A씨는 자신의 노후를 돌봐주는 그녀와 사랑에 빠졌고, 정기적인 성생활도 즐겼다. 처음 이 소식을 접한 자녀들은 “아버지가 노망이 났다”고 민망해했다. 하지만 담당 주치의는 “A씨가 초기 치매 증상을 보이지만 성기능은 건재하기 때문에 새로이 이성과 사랑을 나누는 것은 정상적인 행동”이라고 설명한다.

비단 A씨뿐이랴. 직장에서 은퇴한 B씨 역시 76세에 젊은 아내와 재혼 직전 정관수술을 받았고, 결혼 후 딸을 얻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A씨나 B씨를 옆에서 관찰했던 이들은 ‘새로운 사랑을 하면서 삶에 윤기가 흐른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성기능은 감소 후 회복이 가능해=노화와 더불어 이미 성기능이 완연하게 떨어진 사람도 되찾을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다.

1m65㎝ 키에 76㎏의 몸무게인 C씨(62·남). 체질량 지수 27.9(25 이하가 정상)와 허리둘레 92㎝로 비만·복부 비만·고혈압·고지혈증 진단을 받은 환자다. 이후 고혈압 치료제 복용으로 고혈압은 조절된 상태다. 하지만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콜레스테롤은 145㎎/dL(100이하가 이상적)로 여전히 높다.

C씨의 성기능은 2~3년 전부터 급속히 쇠퇴했다. “처음 성공과 실패를 반복할 땐 ‘피곤해서 잘 안 되나 보다’ 했지만 최근엔 컨디션이 좋아도 발기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게 C씨의 설명이다. 주치의는 체중 감량과 동시에 먹는 발기부전 치료제와 LDL 수치를 낮추는 약을 처방하면서 성생활을 재개할 것을 권했다. 6개월 후, C씨의 체중·허리둘레·LDL콜레스테롤 등은 10~15% 감소했고, 발기부전 치료제는 성행위 두 번에 한 번만 사용하면 될 정도로 호전됐다. 1년이 지난 지금은(체중 60kg) 약 복용 없이 성행위를 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그는 “1년 전보다 삶의 의욕도, 행복감도 배가됐다”고 기뻐한다.

C씨처럼 신체적 질병뿐 아니라 우울증 등의 정신적 질병, 인색한 애정표현, 사랑 없는 부부 생활 등은 성기능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성이 삶의 행복과 만족도와 직결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도움말 주신 분=서울대병원 비뇨기과 백재승 교수, 중대의대 비뇨기과 김세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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